
북한이 국제부녀절로 부르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여성의 위상을 치켜세웠지만, 여전히 여성을 노동 현장에 강제 동원하거나 가정 내 전통적인 역할을 강요해 여성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여성에 대해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칠 줄 아는 참다운 여성 혁명가, 건결한 애국자"라며 헌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펼친 여성 친화 정책을 열거한 뒤 "사랑하는 자식들의 어엿한 성장과 가정의 화목,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뿌리가 되고, 밑거름이 돼 성심을 다한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국제부녀절이라고 부르며 국가 공휴일로 기념한다. 과거 북한은 가부장적 문화가 강해 여성이 경제 활동에서 배제되곤 했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전통적인 배급 체계가 무너지고, 여성도 장마당에 나가면서 생계의 책임이 부여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평양 살림집(주택) 5만 세대 건설' 등 주요 경제·건설 사업에 여맹(사회주의 여성동맹)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여맹원들이 스스로 군사 조직 형태의 '돌격대'를 조직해 지방 공장 건설과 간석지 개간·강하천 제방 공사 등 각종 험지에 보내달라고 탄원(자원)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열악한 노동 현장에 강제적으로 동원되지만, 북한 당국은 이들의 '자발성'을 강조하며 제대로 된 처우와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전문가 등은 장마당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북한의 청년층) 여성들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사회 경험이 있어 비교적 깨어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점점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북한의 저출생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출생률은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합계출산율은 2014년 1.885명에서 지난해 1.79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2.1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12월 전국 어머니 대회 폐막 연설에서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돼야 출생률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직접 출생률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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