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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칼럼] AI·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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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입력 2025-03-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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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나라 안팎으로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대통령의 구속기간 동안 한쪽에서는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나부끼었다. 그럼에도 미국발 관세전쟁의 타깃은 한국을 콕 짚었고, 앞서 우방국에게 보여주었던 관세 폭탄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압박의 다음 타깃으로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정상외교 공백 상태인 우리나라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현실이다.
 
우리 경제는 새해 들어 수출 회복의 기대 속에서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강력한 변수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많은 언론과 시장분석 보고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미국에게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미국의 경제·외교적 이득 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트럼프 및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미국발 ‘트럼프 청구서’는 방위비 분담부터 FTA 재협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으며, 반도체·배터리·AI 산업에서도 미국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을 기반한 낙관적인 전망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은 일방적 외교 방식에 있어서는 사실관계에 따른 이성적인 협상이 어려워 보일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1분기 반도체 업황의 회복과 배터리·조선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AI 반도체 및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증가로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었으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배터리와 전기차에 있어 북미 시장으로의 투자 확대가 필수적으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타깃이 되었다. 미국은 사실상 칼만 안들었지, 우리 기업들에게 북미 투자에 대한 동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 AI 산업은 엄청난 연산 자원과 기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글로벌 빅테크(미국의 OpenAI, Google DeepMind 등) 기업들은 클라우드·반도체·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며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AI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R&D) 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AI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에서도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와 고급 인재를 독점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과 달리, 우리나라의 중소 AI 기업들에게 자금 조달과 사업 지속성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AI 산업 경쟁 심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AI 경쟁력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는 미국의 기술 규제이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술 패권 전쟁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제한, 미국 내 AI 기업과의 협력 장벽 등이 한국 AI 기업들의 성장 기회를 더욱 축소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인 지금, 정상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전혀 득이 되지 못한다,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AI 산업에서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위험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개발과 글로벌 표준 선점이라는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먼저 초격차 기술이란 경쟁국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추격자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적인 플레이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6G 통신, 양자컴퓨팅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압도적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AI·반도체 R&D 세액공제 확대, 국가 프로젝트 투자 증가, 대학·기업 간 인재 양성 프로그램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기술을 보유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표준 경쟁에서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선제적으로 준비한 배터리, 반도체, 자율주행 등 핵심 산업에서 우리의 기술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 및 국제 협력 확대가 요구된다. 특히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유럽·아세안과 협력하여 다국적 기술 표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윤리 및 데이터 보안 표준과 관련하여 한국이 중립적 입장에서 국제적 신뢰를 구축하면, AI 산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국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술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EU, 한-아세안 FTA 강화 등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국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기술 공유 및 글로벌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 반도체, 배터리 소재의 공급망을 미·중에 의존하지 않고, 인도, 베트남, 호주 등과 협력하여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더 이상 기술을 추격하는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급히 국정 안정화를 통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와 산업 정책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 기업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의 AI·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우리 스스로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며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주도적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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