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 경쟁을 넘어서 세금 지원을 둘러싼 국가 간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통해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판 IRA'로 불리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개정안의 통과가 한국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시장 경쟁은 국가 간 보조금 싸움으로 급격히 확전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 투자비의 30%를 현금으로 환급하며 중국도 30% 이상의 투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은 2018년 7670만 달러(약 1109억원)였던 정부 보조금을 2023년에는 8억920만 달러(약 1조1705억원)로 10배 이상 늘렸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직접적인 투자 보조금 없이 세제 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보조금 차이는 배터리 시장 점유율 변화로도 나타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8.4%로 전년 대비 4.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63.4%에서 67.1%로 증가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통해 자국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여전히 적시에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의 IRA는 그동안 큰 혜택을 안겨주었지만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그 혜택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세액공제 확대만으로는 해외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기업들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반면 한국은 세제 지원 중심이라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세액공제 비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의 '중요 프로젝트(IPCEI)'처럼 전략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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