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이후 그가 이끄는 테슬라의 주가가 줄곧 하락하며 7주 연속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상장 후 테슬라 역사상 최장 기간 하락세이다.
이에 지난 7일 테슬라 주가는 전일보다 0.3% 내린 262.67달러(약 38만원)로 마감했는데, 이는 작년 미 대선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12월 18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488.54달러(약 71만원) 대비 46% 하락한 수치다. 이에 해당 기간 중 테슬라의 시가총액도 8448억 8000만달러(약 1200조원)로 줄어들며 고점에 비해 약 7000억 달러(약 1000조원)가 증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도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테슬라의 올해 2개월간 유럽 판매량이 45% 급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즈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내 전기차 등록은 31% 증가했지만, 테슬라 등록 대수는 76% 감소해 약 1500대로 집계됐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는 높아졌지만 테슬라 선호도는 낮아진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실적 하락에는 연일 정치적 발언을 내놓은 ‘머스크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증권가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490달러에서 380달러로 낮췄다. 그들은 테슬라의 신차 판매 감소와 신규 저가 모델의 부재를 이유로 지목했다.
또 골드만삭스도 올해 두 달간 유럽·중국·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목표 주가를 345달러(약 50만원)에서 320달러(약 46만원)로 수정했다. 미국 투자은행 베어드도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관여하면서 수요 측면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며 머스크의 정치적 개입을 지적했다.
외신들도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이 테슬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CNBC는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이 테슬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평가하려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세 부과 등의 정책을 짚으며 “잘못된 정책과 재정 관리 부실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은 주식 시장을 무너뜨릴 더 높은 이자율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테슬라 주식이 과매도 상태에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식 과매도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상대강도지수(RSI)에 따르면 테슬라의 RSI는 사흘 연속으로 27을 기록했다. RSI는 30 이하면 과매도, 80 이상이면 과매수라고 판단한다. 금융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는 “(테슬라 주가가) 1년 만에 처음으로 RSI가 과매도 상태”라고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머스크는 지난 6일 각료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공무원 감축 문제로 충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팀은 조언만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머스크의 업무 추진을 전폭 지지한 것과 비교하면 미묘하게 달라진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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