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1436.30으로 전주 대비 78.99포인트 하락했다. 8주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고점인 3733선과 비교하면 6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해운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과 '트럼프 관세' 효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된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조만간 반전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이 입항하는 중국 선박에 수수료를 물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계 선사의 비용 부담이 해상 운임으로 전가될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외 시장을 상대로 물량 밀어내기에 나설 경우에도 바닷길 요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파나마 운하 등 주요 길목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해상 운임을 끌어올릴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선박의 파나마 운항 통행료 면제를 요구하면서도 중국 등 다른 국가 선박에는 추가 비용 부과를 압박하는 중이다. 파나마 운하는 한국을 출발해 미국 동부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해상 통로로,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3%가 통과한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와 해운사의 친환경 기술·연료 도입 확대 등 역시 해상 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해운 시장 불확실성 고조에 국내 수출 기업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운임 상승에 따른 물류비 부담은 수익성 악화 요인인 탓이다. 실제 삼성·LG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지난해 물류비 상승으로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운반비 항목 비용은 2조9602억원으로 전년(1조7216억원) 대비 71.9% 급증했다. 해상 운임이 폭등하며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32조7000억원)의 10% 안팎을 물류비로 지출한 셈이다. LG전자도 지난해 영업이익(3조4304억원)이 전년보다 6.1%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 물류비 부담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과 관세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수출 기업은 운임 및 물동량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고운임에 대비해 대형 화주와의 장기계약 비중을 늘리고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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