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특급호텔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호텔 운영사들은 자산 유동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포포인츠 조선 명동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호텔롯데는 L7 홍대를 약 2500억원에 매각한다.
DL그룹도 글래드호텔 여의도, 강남, 제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싱가포르투자청(GIC)을 선정했다. 3개 호텔의 합산 매매가는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KT 역시 부동산 유동화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명동의 르메르디앙&목시 명동 등 5성급 호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 호텔들은 자산 가치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제주 중문관광단지 내 5성급 호텔 ‘파르나스 호텔 제주’도 매물로 나왔다. 블루코브자산운용은 블루코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3호로 보유 중인 파르나스 호텔 제주 매각 주관사로 CBRE코리아를 선정했다. 투자자산가액은 약 3300억원이다.
이처럼 국내 주요 호텔들이 잇따라 M&A 시장에 나오게 된 배경에는 호텔 업계의 호황이 크게 작용했다. 엔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호텔업계는 지속적인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명동, 홍대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호텔들은 주말 평균 객실 점유율이 80~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호텔을 보유한 기업이나 자산운용사들은 국내외 투자사들이 호텔 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 하락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호텔 투자시장을 키우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존스랑라살(JLL) 코리아 호텔팀이 발간한 ‘2025년 한국 호텔 투자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호텔 투자시장의 연간 총 거래액은 약 1조6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호텔 거래액은 약 2조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콘래드 서울의 성공적인 매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 JJL은 앞으로도 국내 호텔에 해외 자본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내 호텔 인수에 외국계 투자사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고용승계나 사업지속성 여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외국계 투자사들은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호텔 가치가 상승하고 있어 덩달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운영사 입장에서는 지금을 적기로 보고 현금화 전략을 통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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