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미국 빅테크 상장지수펀드(ETF)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만에 15% 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미국 빅테크 ETF 관련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미국서학개미 ETF의 지난 한 달 수익률이 16% 손실을 기록했다. 이 ETF는 지난 한 해 동안 수익률 98%를 넘기며 전체 ETF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1년 수익률이 47%로 반토막났다.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보관금액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다. 구성 종목은 엔비디아(21.75%), 테슬라(15.75%), 애플(11.06%), 마이크로소프트(7.04%), 팔란티어 테크놀로지(5.79%), 알파벳(5.38%), 아마존닷컴(4.02%), 브로드컴(3.50%) 등으로 빅테크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달 동안 엔비디아는 15.6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5.02%)을 제외하고 테슬라(-25.11%), 마이크로소프트(-4.59%), 팔란티어(-27.21%), 알파벳(-6.62%), 아마존(-14.54%), 브로드컴(-17.05%)이 모두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84% 넘게 상승했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ETF 역시 1개월 동안 17% 하락했다. 이 ETF 역시 한국예탁결제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하는 미국 주식으로 구성됐다. 구성종목과 비중은 테슬라(17.82%), 알파벳(15.92%), 팔란티어(15.82%) 등으로 KODEX 미국서학개미 ETF와 비중은 다르지만 구성종목은 유사하다.
미국의 강세장을 견인했던 빅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해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빅테크들 위주로 투자 자금이 회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으로 인한 추가 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다. 두 ETF 모두 환율 변동성이 수익률에 반영되는 환노출 전략을 사용한다. 지난해 9월 1300원대 초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470원대까지 오르며 약 10% 상승했다. 반면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20~145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빅테크 조정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라며 "상승률이 제일 컸던 빅테크가 큰 하락세를 보이며 업종별 키맞추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 장기적으로 빅테크 업종의 성장성이 유효하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변동성이 큰 시기라는 점에서 섣불리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도한 포지션을 구축하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진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지금 분할매수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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