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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냄비 속 개구리' 신세는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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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5-03-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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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속 개구리.'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죽게 된다. 점진적 변화에 대해 적절한 조기대응을 하지 못하면 결국 화를 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13년 당시 구조적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해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맥킨지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위기가 감지된다. 맥킨지 한국사무소의 '우리나라 상위 10위 수출 품목의 20년간 변화'에 따르면 지난 2005년과 2024년의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은 컴퓨터가 제외되고 가전제품이 새로 진입한 것 외에 그대로였다. 20년 전에도 반도체 수출이 1위였다. 

지난 10년간 수출 상위 3개 품목이 부동의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도체가 부동의 1위고 밑으로 서로 순위만 바뀌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과 산업이 고착돼있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3개년 평균 기준 수출 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 평균(548.1)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장치·기기(20.2%), 자동차(10.5%) 등 품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중 절반 가량이 대외 변수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불확실성 지수 고위 품목 비중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44%에서 2022년 45.7%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기준 미국(33.8%), 일본(30.4%), 중국(17.3%) 등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대외 변수에 쉽게 휘둘린다는 얘기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도 코앞으로 다가온 이상 이제는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라도 한국 경제를 빨리 냄비 속에서 탈출시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수출 품목 다각화 및 시장 다변화 등 대비책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예지 기자
최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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