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혁신이었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열풍 속 올해 양회는 'AI 양회'라고 불렸을 정도로 AI와 딥시크가 화제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지도부는 AI 발전을 역설했고, 장관급 인사들은 딥시크 사례를 강조하며 기술 개발에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양회 기간 중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은 신품질 생산력 발전의 기본 경로"라며 "현대화한 산업 시스템에 집중하면서 교육과 과학·기술, 인재를 함께 움켜쥐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과 '혁신'이란 단어만 각각 24차례, 40차례 언급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를 각 산업에 접목하는 인공지능 플러스(+) 행동을 계속 추진하고, 바이오제조·양자과기·임바디드 AI(하드웨어에 AI 소프트웨어를 내장시킨 기술), 6G, AI 스마트폰, AI 개인용 컴퓨터(PC) 등을 언급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양회 기자회견에서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수소탄과 인공위성 개발)부터 선저우(神舟·유인 우주선), 창어(嫦娥·달 탐사선), 5세대 이동통신(5G), 양자 컴퓨터, 딥시크까지 중국인의 분투는 멈추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에 이어 올해 주요 업무 과제 2,3순위로 과학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중국의 중앙정부 과학기술 예산도 3981억 위안(80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렸다. 지방정부와 기타 예산까지 더한다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약 8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중국은 양회기간 1조 위안(200조원) 규모의 국가 창업 펀드를 조성해 AI와 양자 기술, 수소 배터리 등 첨단 영역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국가가 주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창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제2, 제3의 딥시크를 배양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올해 양회에 참석한 중국 하이테크 기업 수장들도 양회에서 다양한 정책 목소리를 냈다.
전인대 대표로 양회에 참석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제조업이 중국 건국의 근본이자 강국의 기반”이라면서 “제조업의 건설자이자 수혜자인 샤오미는 앞으로도 기술 혁신과 첨단 개발의 길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인대 대표로 활동 중인 또 다른 AI 기업인 커다쉰페이(아이플라이텍) 류칭펑 회장도 "AI 시대에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직무 인증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AI 기술 훈련을 강화하고 특히 저소득층에 AI 무료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양회는 일주일 일정을 마치고 11일 오후 3시(현지시각) 전인대 폐막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국정 자문회의 격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은 10일 오후 폐막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등 대내외 악재에 따른 경기 하강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지도부는 올해 '5% 안팎'의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며 내수 진작과 기술 혁신에 방점을 찍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10대 업무 과제 1순위로 내수진작을 제시해 소비와 투자를 적극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치를 국내총생산액(GDP)의 4%로 약 30년 만의 최고치로 설정하고, 3000억 위안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투입해 소비재 이구환신(以舊換新, 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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