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까지 결제액 기준 업계 3위에 머물렀던 현대카드가 1·2위였던 신한카드, 삼성카드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계열사 간 구매전용 결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단기간 내 결제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내실 있는 수익 모델 구축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신용판매액은 166조2687억원으로 전년(150조1573억원) 대비 10.7% 올랐다. 그간 선두 주자였던 신한카드 판매액인 166조340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단기간에 결제액을 높인 배경으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도입한 전략을 꼽았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애플 생태계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현대카드의 결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시장 내 총결제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023년 1112만명이던 현대카드 회원 수는 애플페이 도입 후, 약 1년 만에 113만명(10.8%)이 증가한 1225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수 증가가 곧 결제액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페이 결제 승인 금액은 전체 승인 금액의 1.08%로 집계됐다.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 금액이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결제 승인 건수도 전체의 3.9%에 그쳤다.
현대카드의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기업 구매전용 결제액 상승이 꼽히고 있다. 현대카드의 법인 구매전용 일시불 결제액은 지난 1월 전년(9476억원) 대비 81.5% 증가한 1조72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비(非)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구매전용 결제액 대비 큰 폭이다.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1조1352억원에서 소폭 오른 1조320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삼성카드는 오히려 61%가량 떨어진 1150억원으로 나타났다.
구매전용 결제액이 늘어나면 결제액이 증가하지만, 수익은 거의 없다. 주로 같은 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등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164억원에 그친 반면 삼성카드는 6646억원, 신한카드는 5721억원을 기록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결제액 점유율 확대는 구매전용 결제액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며 "현대카드의 신용판매액 증가는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외형 성장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량 회원 위주의 성장과 건전성 중심의 경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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