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STB), 그리고 카드매입채무 유동화단기채(ABSTB) 등을 발행했습니다. 현재 3800억원 규모의 부도 처리로 손실을 입은 건 ABSTB의 투자자들이라, ABSTB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홈플러스 같은 유통회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A 납품업체에서 제품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즉시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카드사(현대·신한·롯데카드)와 협력해 구매전용카드를 발급받아 결제합니다. 여기서 A 업체가 현금을 빨리 받고 싶어 하기에 홈플러스는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카드사가 대신 A 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즉 홈플러스는 당장 현금 없이 상품을 받을 수 있고, 납품업체는 카드사를 통해 즉시 대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사는 홈플러스로부터 나중에 돈을 돌려받으면서 수수료를 챙깁니다. 이처럼 납품업체·홈플러스·금융기관이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방식을 '역팩토링(Reverse Factoring)'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반대 개념인 '팩토링(Factoring)'이 더 흔한데요. 팩토링은 영세한 납품업체가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자신이 받을 매출채권을 금융사에 넘겨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역팩토링은 기업이 내야 할 돈을 기반으로 계약이 진행돼, 대기업같이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드사는 홈플러스로부터 받을 카드 결제 대금을 증권사에 넘깁니다. 증권사는 이를 바탕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ABSTB라는 채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이후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결제하면, 카드사는 그 돈을 SPC에 보내고, SPC는 투자자들에게 이자와 원금을 지급합니다.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홈플러스의 금융채무가 동결되면서 카드사들은 홈플러스로부터 받을 돈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다만 카드사들은 매출채권을 이미 증권사에 넘기면서 돈을 받아둔 상태라 큰 위험은 없습니다. 증권사 역시 ABSTB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ABSTB를 구매한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특히 ABSTB가 불완전판매 문제로 이어질 경우,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험에 처했다는 점입니다. 금융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금융상품을 투자할 때는 기대수익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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