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50여곳이 넘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다고 해서 시장을 독과점해 운임을 올릴 것이라는 지적은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글로벌 항공사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서 운임을 올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기업의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41년만에 CI와 로고를 새롭게 단장하고, 대폭 업그레이된 기내식 서비스를 공개했다. 모두 2027년 통합 대한항공 시대를 열 마중물이다. 새 CI를 통해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고유의 태극마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고, 항공기 리버리(상징색)는 고유의 하늘색 계열을 유지하면서도 메탈릭 효과를 더한 펄 페인트를 가미해 야간에도 눈에 잘 띄게 했다.
태극마크의 단청색이 빠진 새 항공기 도장이 공식 행사 하루 전날 유출되면서 일각에선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새 CI 시안을 처음 받았을 때는 아예 태극무늬가 없었다"면서 "태극무늬는 대한항공의 정체성인만큼 무조건 살려야된다고 강하게 요구해서 수정하는데만 3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던한 이미지를 위해 경영진이 태극무늬를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250여개의 항공기를 모두 도색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통합에 앞서 미리 CI를 공개하게 됐다"면서 "20년간 사용하던 유니폼도 승무원들의 애로사항을 취합해 디자인을 수정하고 있으며, 아마 양사 통합 시점인 2027년께에는 변경된 유니폼 디자인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대한항공 시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처우와 임금 등이 대한항공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2년간 서서히 맞춰가면 된다"고 했다. 이어 "어느 한 쪽을 특별히 우대하는건 절대 없다"면서 "모두 한 가족, 공평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만간 마일리지 통합 계획도 내놓겠다고 했다. 조 회장은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정책이 달라 민감한 문제"라면서 "두 항공사 고객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마일리지 정책을 만들고 있고, 근시일 내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통합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해서도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해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다른 경쟁 LCC와 달리 3사는 단거리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며, 관광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취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처음부터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신공항이 개항하면 부산은 전략적 요충지로서, 통합 LCC 시대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데 대한 소회도 밝혔다. 조 회장은 "처음 합병 제안을 받았을 때 1초만에 결정했고, 양사 합병을 발표할 때는 6개월 안에 끝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예상과 달리 4년이라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마무리가 됐을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지금은 책임감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직원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모습을 보면서 잘 해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면서 "양사가 지난 30년간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화학적 결합은 힘들 거라고 예상하는 시선도 있지만 항공사의 기본 운영 원칙은 '안전'인 만큼 대형 항공사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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