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약 63% 상승했다. 중국의 저가 공습에 대응해 고부가 전환에 속도를 낸 결과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용량 DDR5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지난해 4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매출액 23조원을 기록했다. 역대 4분기 기준 최대치다.
지난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매출은 111조660억원으로 전년(66조5945억원) 대비 66.8% 증가했다. DS부문 매출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측은 "고용량·고사양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서버향 DDR5과 QLC SSD, PC·모바일향 LPDDR5x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부가 전환을 위한 투자도 활발히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R&D)비용은 34조9981억원으로 전년(28조3397억원) 대비 23.5% 급증했다. 매출에서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0.7%포인트 상승한 11.6%를 기록했다. DS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도 대거 충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12만9480명으로 전년(12만4804명) 대비 3.7% 늘었는데 이 중 DS 소속만 6%(4450명) 증가한 7만8669명에 달했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갤럭시S25 시리즈 전량에 퀄컴 최신 칩을 적용했다.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가격은 동결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AI폰 생태계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S25 시리즈 가격 정책과 관련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면서도 "모바일 AI 갤럭시가 AI 에이전트로 대표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AI에 힘입어 지난해 스마트폰·태블릿 등 정보기술(IT) 기기 생산량(1억9350만대)은 전년 대비 1.8% 늘었다. 생산라인 가동률도 66.7%에서 72.8%로 6.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역시 AI폰 상승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갤럭시S25 시리즈는 지난달 7일 출시 후 3주 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역대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 흥행 성과로 개발 주역인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을 이달 초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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