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한 '관세 전쟁'의 신호탄 격인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발표됐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모든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첫 사례로 한국도 타격을 입게 됐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에 예고한 25%보다 두 배 높은 50%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5시간여 만에 이를 철회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 급등 속에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팀 마헤디 액세스매크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미국 경제라는 열차를 꽤 빨리 탈선시킬 수 있다"며 "비록 1970년대 수준은 아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변화 기류는 아직 엿보이진 않지만 한은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기 변곡점 여부를 확인할 주요 지표 결과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 역시 방향과 속도를 달리할 수 있는 데다 한국 경제도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휘청이면서다. 이대로 통상 갈등이 격화할 시 한국 경제는 올해 1.5%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이 미국 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철강·알루미늄과 대중 관세 상승의 거의 대부분이 미국 내 기업·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1기 때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알루미늄 관세율도 25%로 올리는 한편 관세 적용 대상을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253개 파생제품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만큼 이번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부작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내수 경기 둔화 속에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지속되며 통화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재정의 역할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운영 중이며 이 수준은 중립 금리 상단으로 추정된다. 시장은 올해 상반기 한국의 추경 편성 규모를 15조~20조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한국 경기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1.5%를 하회하게 되면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성장만 바라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는 환율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재차 제기되더라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지 않도록 선을 그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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