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축산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제한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내달부터 각국의 대미국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상응한 관세를 매기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의 소고기 수입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축산업자 단체인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시간)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지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슈"라며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육류 가공·유통업자 단체인 미국육류연구소 역시 이날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충분히 실행하려면 현재 소고기 제한을 해제하고, 다른 문제들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주장했고,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도 30개월 이상 소고기 금지를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아울러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한 소고기를 도축해 수출하는 것에 대한 한국의 검역 규제를 개선할 것을 건의했다.
2001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개시한 한국은 미국 내 광우병 발병으로 인해 2003년 수입을 중단했다. 이후 한·미 양국은 오랜 기간 협상을 통해 2008년에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최근 수년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가액 기준)이지만 미국 축산업계는 소고기 수출을 더욱 확대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관세와 불공정 무역 관행 및 대처 방안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USTR이 해당 보고서를 내달 1일까지 제출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상호관세 조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결정에 있어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11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7차 세종열린포럼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와 관련해 자동차, 농업, 디지털 시장, 금융 서비스 등 4개 분야를 지목했다. 그는 "자동차를 제외한 3개 부분은 미국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인데, 미국이 잘하는 분야에 관세 등 무역장벽이 많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쌀을 예로 들면 쌀은 관세가 400%나 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 축산업계 외에 철강, 생명공학, 대두, 자동차, 영화업계 등도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통상 정책을 문제 삼으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철강협회(AISI)와 철강제조업체협회(SMA)는 한국 정부가 한국 철강업체들을 각종 금융, 세제 혜택을 보조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대두협회는 생명공학 기술로 개발한 작물의 수출 승인 절차가 과도하게 길다고 비판했다. 또한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 정부의 약가 정책을 문제 삼았고, 미국영화협회(MPA)는 망 사용료 문제 등이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가 10~25%인 가운데 현재 2.5%인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노조 활동을 압박하고 비정규직이 많은 요인으로 인해 근로자 임금 인상이 제한되는 가운데 이는 미국 자동차업계 근로자의 근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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