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항공청은 12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과 나사(NASA) 등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이날 오후 12시 10분경(현지시간 11일 오후 8시 10분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돼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 발사체에 탑재된 스피어엑스는 오후 12시 52분경 발사체에서 분리돼 고도 650㎞ 태양동기궤도에 도달했다. 이어 오후 1시 30분경에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지상국 센터와 교신에 성공하며 초기 운영 단계에 돌입했다.
37일간 진행되는 초기 운영 단계에서는 검교정을 포함한 망원경의 모든 시험 가동을 수행한다. 이후 약 25개월간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 전천 영상분광 탐사 망원경...‘우주의 비밀’ 푼다
스피어엑스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이 주관하고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천문연을 포함한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이 망원경은 전체 하늘을 102가지 적외선 파장으로 촬영해 천체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천체의 분광 정보를 분석해 별의 물질 구성, 온도, 밀도, 크기, 밝기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별의 밝기 정보를 바탕으로 거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우주는 팽창하면서 별과 지구의 거리가 멀어지고, 빛의 파장이 늘어나며 더 붉어진다. 스피어엑스를 통해 별의 거리와 파장에 따른 빛의 밝기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NASA는 스피어엑스를 통해 약 10억개 천체의 분광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구에서 바라보는 전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것이 스피어엑스의 주요 임무다. 또 분광 정보 분석을 통해 빅뱅 이후 급격히 커진 공간을 분석할 수 있게 돼 오늘날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피어엑스의 성과는 우주 생명체 연구의 기반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천체나 성간 구름의 먼지에 얼음 알갱이 형태로 결합된 물을 관측함으로써 생명체 발생의 필수 요소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연과 NASA는 스피어엑스의 임무를 통해 수집한 별, 은하, 소행성 등 수억개 천체에 대한 정보를 백과사전 형태로 정리할 계획이다.
한국 측 연구책임자인 천문연 정웅섭 책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 적외선 3차원 우주 지도와 전천 분광 목록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다양한 천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우주과학 분야 위상 높아져”...산업계에도 긍정적 영향
천문연이 역사적인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국 우주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세계 최초의 전천 영상분광 탐사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우주 분야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단순히 위성 발사나 부품 제작에 그치지 않고 우주탐사 및 과학 연구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과학계의 시각이다.
스피어엑스 개발 과정에서 천문연을 포함한 국내 연구기관이 이룬 성과가 민간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기대된다. 또 세계적인 우주 프로젝트의 성공은 관련 기술 개발, 제조,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2년을 목표로 하는 달 착륙선 자력 발사 프로젝트 등에서 투자유치와 인재 유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스피어엑스가 스페이스X의 팰컨9을 통해 발사되었다는 점은 한국이 글로벌 민간 우주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한국 우주항공청이나 민간 기업이 스페이스X와 같은 해외 선도 기업들과 발사 서비스, 기술 교류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의 성공적인 발사는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인 우주 초기의 빛 탐색과 은하 형성 과정에서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이는 한국 우주과학 분야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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