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법 개정안에 대해 ‘후다닥 통과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당이 주장한 재의요구권(거부권)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 건의는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개정안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 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재의요구권이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다. 이른바 대통령 거부권으로도 불린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강행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 행사는 그간 명확히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 이뤄져 왔는데, 이번 건(상법 개정안)이 과연 거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오랜 기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마당에 부작용이 있다고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나 방식이 생산적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과 경제단체 등은 이 개정안이 기업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발해왔고, 민주당은 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시장 정상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 원장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상법 개정안이) 후다닥 통과되는 동안 논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과도한 형사화에 대한 우려가 있고, 적절한 이사 보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추후 정부에서 필요하다면 밑 자료로 쓸 수 있도록 3500개 거래 업체 명단과 미지급 내역 등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금융사를 대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수집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최소 범위에서 검사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주 중으로 (검사) 계획을 짜서 금융위에 보고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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