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발표 전까지는 관세 부과와 관련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보복 관세를 발표한 유럽연합(EU)에는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눈에는 눈'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앞으로도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번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한 4월 2일까지는 상대국과 관세와 관련해 열린 마음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4월 2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훔쳐 가고, 미국의 무능한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가) 훔쳐 가도록 허용한 것들의 상당 부분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가 일부 국가에 관세를 유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맞서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EU의 보복 관세에 대응하겠냐는 질문에 "물론 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돈의 전투(financial battle)에서 이길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고려하냐는 질문에도 "완전히 그렇다"고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및 기타 분야의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해결하려고 EU와 효과적인 협력을 시도했지만, EU는 그런 시도를 거부했고 너무 작은 규모로 너무 늦게 대응했다"며 EU가 관세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EU 고위 당국자는 그리어 대표 성명 발표 이전에 "미국의 부당한 철강 관세에 대응하면서도 글로벌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생산적 대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실제로도 진짜 문제인 비(非)시장적 과잉 공급 문제를 논의하자고 계속 제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 관세와 관련해 양국 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향후 본격적인 관세 전쟁으로 번질 위험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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