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간 버텨온 가게도 지난해 문을 닫고 결국 나갔는데 그 자리가 여전히 공실입니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나 코로나 때보다 훨씬 심각해요.” (구로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경기 침체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한때 ‘서울 전자쇼핑 3대 메카’로 불리던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경매에서도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수십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5%인 ‘떨이’ 수준으로 경매 낙찰이 되는가 하면, 그마저도 상권 침체로 연체비를 감당하거나 관리비도 낼 수 없어 매각이 취소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24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구로구의 ‘신도림 테크노마트’ 10층 식당가에 위치한 상가 3곳이 각각 감정가의 4%~8% 수준에 낙찰됐다. 이 중 건물면적 200㎡ 상가의 경우 감정가액이 15억1000만원에 달했으나 유찰을 거듭하다가 18회차만에 감정가의 4% 수준인 5577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6억7000여만원인 면적 83㎡의 구분상가 역시 감정가의 8%인 5177만원에 낙찰됐고, 9억7000만원짜리 매물도 8차례나 유찰된 끝에 감정가의 5%인 약 5200만원 수준에 매각이 이뤄졌다.
장기간 공실과 관리비 등의 연체료를 버티지 못해 감정가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로동의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장 60% 이상이 여전히 공실이다. 폐점 후에도 매매가 되지를 않으니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마트 저층 상점이나 전자제품 상가들마저 공실이 넘쳐나서 상황이 좋지 않은 상층부 상가부터 경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인근에 4000가구가 넘는 주거시설이 있고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유동인구만 50만명에 달하는 곳이지만, 이커머스를 통한 쇼핑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한파를 겪고 있다. 특히 테크노마트 같은 테마형 상가의 경우 타업종 전환이 어려운 것도 걸림돌이다. 집합건물법 28조 등에 따라 업종 전환을 위해서는 소유자 전체 70%의 동의를 받아 관리 규약을 변경해야 한다. 매매나 경매로 낙찰 받아도 결국 업종이 정해져 있고, 저가로 낙찰받아도 공동 관리비 등이 연체돼 있는 매물이라면 낙찰자가 부담해야 해 다시 재매각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침체와 이커머스 영향으로 상권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최근 상가 경매 매물도 낮은 낙찰률을 보이고 있다 ”며 “특히 테마 상가의 경우 건물 전 층을 이제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다시 살아나기 쉽지 않아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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