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최강 제국으로 알려진 히타이트 수도 하투샤로 들어가는 문, 라이언게이트를 지나면 나타나는 에메랄드색 돌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지역 주민들이 ‘소원의 돌’이라고 불렀다는 이 돌을 지나면 히타이트인들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한성백제박물관에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6월 8일까지 국제교류전 ‘히타이트:오리엔트 최강의 제국' 전시를 진행한다. 기원전 1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이집트·아시리아와 함께 ‘오리엔트 3대 강국’으로 불리던 히타이트 제국의 문화유산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총 212점의 유물을 통해 히타이트 제국의 뛰어난 군사력, 히타이트인들이 사용했던 고대문자, 일상생활부터 종교생활까지 다채로운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관 초입에 들어서면 최초의 인류 평화조약으로 유명한 카데시 전투 등 전쟁과 관련한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최강의 군대를 지녔던 히타이트의 화살촉, 도끼 등 다양한 무기들과 갑옷에 달려 있던 청동 조각들이 당시 전투를 상상하게 한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조영훈 전시기획과장은 지난 6일 “히타이트는 전차 전술 등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점했다”며 “카데시 전투에서 이집트와 맞서 싸우며 인류 최초의 평화조약을 체결했는데, 이 전투를 전시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히타이트의 독특한 기록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이번 전시의 장점이다. 점토판에 빼곡히 적힌 히타이트어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지혜의서’라는 이 점토판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잘못을 어떻게 처벌했는지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황소 모양 잔, 새 부리 모양 입 항아리 등 다양한 용기들을 통해 히타이트인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히타이트를 ‘1000명의 신을 섬기는 민족’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특별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조 과장은 “히타이트는 정복한 지역의 신상을 가져와 모시는 문화가 있었다”며 “다양한 민족의 신들을 포용했고 자기들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인정해 주는 자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성백제박물관에선 이번 전시와 함께 다양한 부대 행사도 진행한다. 오는 18일에는 독일과 튀르키예에서 하투샤 유적을 연구 중인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박물관에서 열린다.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전시는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금요일은 야간 개장을 통해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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