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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의 BOKonomics] '미스터 오지랖' 이창용 총재, 캐나다 신임총리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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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5-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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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총재,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서 기조연설

  • 김용 전 WB 총재, 대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언급

  • "이창용 '오지랖' 비판 있지만…다루는 것 자체가 의미"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오른쪽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해 기조 연설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인 윤동섭 연세대 총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 전 총재 연합뉴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오른쪽)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해 기조 연설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인 윤동섭 연세대 총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 전 총재. [연합뉴스]
"한은 총재가 왜 출산율과 입시제도를 언급하고 기후변화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 누군가는 물으시겠지만 저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이 총재를 보니) 마크 카니 캐나다 총재가 생각난다. 그는 아주 훌륭한 경제학자였는데 제가 세계은행 회의에서 기후변화 이야기를 할 때 카니만이 호응해 줬던 기억이 난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보니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떠올랐다며 카니 총리의 영란은행(BOE) 총재 시절 연설문을 소개했다.

카니 총리는 런던 로이드에서 '지평의 비극을 깨다'라는 주제로 기후 변화와 금융 안정을 논했는데 통화정책 수장이 이례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깊 파고들었단 점에 감명을 받은 듯했다. 카니 총리는 정치 6개월짜리 신인이지만 경제전문가로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 최적의 대항마로 꼽히며 압도적인 지지로 캐나다 국가 수반이 된 인물로 14일(현지시간) 취임했다.

김 전 총재의 말처럼 카니 총리의 중앙은행 총재 시절 모습을 살펴보면 이 총재와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카니는 정통 경제학자 출신의 세계적 경제금융 전문가다. 그는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란은행 총재를 모두 역임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카니는 근엄하고 과묵한 과거 총재들과 달리 언론을 통한 소통에도 적극적인 중앙은행 총재였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적 화제를 몰고 다닌다는 이유로 당시 영국 언론으로부터 '록스타 중앙은행장'이라고 불렸다. 암호화폐나 기후위기, 트럼프 1기 보호무역주의 등 통화정책과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강한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유명하다.
 
영란은행BOE 유튜브 갈무리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가 2015년 9월 25일 영국 중앙은행 총재 당시 영국 런던 로이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영란은행(BOE) 유튜브 갈무리]
김 전 총재가 소개한 2015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로이드 보험사 주최 강연에서 카니 총리는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발생한 보험사 손실 규모가 1980년 100억 달러(11조7700억원)에서 이제 매년 500억 달러(58조850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집단대응으로 인해 석유 등 화석연료의 가치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고 했는데 그의 발언은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대서특필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왜 중앙은행장이 전문 분야가 아닌 기후변화 문제를 들먹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이젤 로슨 전 영국 재무장관은 "영란은행이 본연의 임무인 금융 분야의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기후변화와 같은 시류에 편승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외국인 돌봄 노동자 도입, 입시제도 개편 등 수많은 구조개혁 이슈를 내던지며 '미스터 오지랖' 별명이 붙은 이 총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이날도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주 의견을 밝히다 보니 때때로 '한국은행 총재가 오지랖이 넓다'는 농담 섞인 말을 듣기도 한다"며 저출산·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합계출산율인 0.75명이 지속된다면 한국 인구는 현재 5100만 명에서 50년 후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이 경우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방치하면 국가 재정도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인기 영합적인 복지 정책이나 현금 지원과 같은 재정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며 현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이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뒤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제시했다. 이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는 "일부 대학처럼 소수의 학생만 지역균형 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낙인효과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총재는 민감한 정치 이슈도 꺼냈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리더십 육성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건 관료보다는 정치의 역할"이라며 "정치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가면 나라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힘센 독재자라도 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기에 이해관계에 있는 많은 갈등을 정치적으로 융합하고 풀어줄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은 그런 인재를 뽑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거대 양당이 조기 대선을 물밑에서 준비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날 카니를 소개한 김 전 총재는 "한은 총재가 이런(구조개혁 이슈) 이야기를 다룰 필요 없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이창용 총재가 그저 관료로서 맡은 임무에만 충실했다면 우린 너무 늦은 시점에 (기후위기와 같은) 끔찍한 재앙이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이 총재의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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