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돌아보면 한국은 이런 저런 위기 속에서도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여기까지 왔다. 시대 정신에 걸맞은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어 지정학적으로 우리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갈등 최전방을 헤쳐 나왔다.
전쟁의 폐허에서 미국과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이승만은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국가 생존의 초석을 놓았다. 이승만은 외교는 귀신같이 잘하는 반면 내치는 잘못 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 당시의 시대 정신은 외교를 통한 국가 존립의 확보였다.
박정희 시대에 이룬 비약적인 경제적 부흥을 바탕으로 김영삼, 김대중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다. 그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며 문화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면서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노벨 문학상까지 받게 됐다. 부침은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국가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 왔다. 민주화를 이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도 국회에서 해제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삼각 파도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파도에 휩싸여 남미의 몇 나라가 과거 그랬던 것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대한민국 호(號)를 순항시킬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금의 시대 정신을 파악하고 이 시대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일이 급선무다. 현재 우리의 시대 정신은 무엇이고 어떤 지도자가 이 시대 정신에 부합할까?
지금의 시대 정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힘의 우위에 의해 국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위주 관세 정책은 중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큰 마찰음을 낼 것이다. 종국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관세 정책을 유연하게 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트럼프가 동맹국을 홀대하는 틈을 타 우리에게 은근히 유화의 손길을 내비치고 있다. 비자 면제, 한한령 해제, 시진핑의 한국 방문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의견을 무시하고 트럼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담판을 하려 한다. 약소국의 비애다.
반도체 산업과 AI 산업 발전은 향후 국가의 위상을 나타내는 잣대가 될 것이다. 세계를 경악시킨 생성형 인공 지능(AI), 챗GPT 혁명이 시작된 지 2년 여가 지나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우위 확보를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AI 분야의 발전 속도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AI 경쟁에 임해야 할까?
대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진영간 갈등이 정신적 내전 수단으로 치닫고 있다. 비이성적 예산 삭감과 줄탄핵을 통해 국정을 마비시키는 다수 야당의 횡포를 우리는 목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전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많은 보수 성향 인사들을 탄압했다.
나라 발전을 위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해 협력하기보다는 상대 진영을 흠집내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 세력의 행태를 바로잡을 백마 탄 초인을 목마르게 기다리게 된다. 누가 이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타오르는 횃불이라 했고 탄허 스님은 한국의 대운이 열릴 것이라 했다. 국가 건립, 경제적 발전, 정치적 민주화, 문화적 융성의 길을 걸어온 대한민국이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잘 헤쳐 나간다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아시아의 지도자 국가로의 도약도 꿈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 대국인 인도와 협력해 중국과 미국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역 리더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을 단합해 한 단계 전진할 수 있게 만드는 백마 탄 초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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