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린(대표변호사 임진석, 린)은 지난 13일 SM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 대한해운이 스탠다드차티드은행(SC은행)이 제기한 약 400억원 상당의 양수금 청구 사건에서 최종 승소했다고 밝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승소 확정판결을 이끈 린의 도산 팀장 최효종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는 "기업회생절차에서 당사자의 의무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인정 여부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결의 취지"라고 밝혔다.
대한해운은 지난 2007년 파나마에 편의치적으로 설립한 SPC와 대주단 등과 BBCHP(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 원계약을 체결하고 고속감가상각을 허용하는 영국 조세제도를 활용한 '택스 리스(Tax Lease)'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는 금융사가 해운사 리스료를 최대한 지급하고, 당기순이익을 줄여 절감한 법인세를 양측이 나눠 갖는 절세 거래를 말한다.
하지만 이후 영국 조세제도의 개정으로 SC은행이 기절 세액을 소급 추징받을 우려가 발생했다.
그러자 양측은 '장래 추징금 전액을 대한해운이 책임지기로 하되 편의상 이를 별도의 손실 보전 약정 형태가 아닌 BBCHP 변경 계약 (Amendment)의 형태로 약정하고, BBCHP 원계약과 변경 계약을 하나로 본다’는 취지의 규정을 뒀다.
이후 2011년 대한해운은 회생절차가 개시돼 관리인은 BBCHP 원계약을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이행 선택했다. 2013년 대한해운의 회생절차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서 SM그룹이 2150억원으로 인수했는데, 2015년 영국 조세제도가 개정되며 택스 리스 절세액을 소급 추징당하게 됐다.
이를 선 납부한 SC은행은, 원계약을 이행선택했으면 변경 계약도 함께 이행 선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2019년 대한해운을 상대로 약 4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 면책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지급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SC은행의 대한해운에 대한 택스 리스 추징금 면책 청구권이 회생계획과 별도로 갚아야 하는 공익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공익채권이란 채무자 회생 관리인의 재산 관리 등을 위해 쓴 비용에 대한 청구권으로, 회생절차와 관련 없이 변제를 받을 수 있고 일반회생채권보다 우선해서 변제를 받을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미이행쌍무계약은 계약 전부를 이행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계약 일부만을 이행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BBCHP 원계약과 변경 계약을 하나의 계약으로 보기로 함에 따라 변경 계약까지 하나의 BBCHP 계약 전체가 이행선택된 것이므로 이 사건 면책 청구권은 공익채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채무자회생법의 쌍무계약은 쌍방당사자가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이라며 "이 사건 면책 청구권은 미이행 쌍무계약상 채권으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단순히 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3심에서는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쌍무계약의 가분·불가분, 공익채권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일반적인 민사상 1:1간 쌍무계약의 인정 범위에 대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대가관계를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며 "미이행쌍무계약의 인정 대상을 '본래적인 대가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 해석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그러한 기존 대법원의 판례 취지를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서울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린의 파트너변호사이자 도산팀장으로 국내 주요 법조 매체에 여러 건의 도산법 논문을 발표, 대법원, 서울회생법원 등 여러 외부 기관에서 도산법 강사, 세미나 주제발표자로 위촉받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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