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3/15/20250315234928552620.jpg)
무역전쟁 역사는 깊다. 그만큼 사례도 많다. 시대 흐름에 따라 판도나 유형이 진화했다. 초기에는 물가 담합이나 자원 유출 통제 등 비교적 단순했지만 이후엔 때때로 무기를 동원한 실제 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역전쟁은 춘추시대 '화폐전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나라 재상 관중이 인접국 경제를 궁핍하게 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서양에서는 12세기부터 향료를 차지하기 위한 무역전쟁이 수세기에 걸쳐 대규모로 전개됐다.
19세기 초 영국 해상봉쇄 조치에 맞서 프랑스 나폴레옹이 내린 대륙봉쇄령도 명실상부한 무역전쟁이다. 프랑스는 자국과 동맹국 항구에 들어온 선박에서 영국산 물품이 나오면 배를 통째로 압류했다. 영국과 프랑스 간 대립으로 교역이 끊기면서 유럽 다른 국가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했다.
무역전쟁의 끝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공급망 교란을 일으켜 무역전쟁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 등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전쟁으로 이득을 얻은 나라는 없었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자오타오 중국 베이징외대 교수는 저서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에서 "무역대국 간 관세전쟁을 치르면 서로 이익이 침해돼 모두 손해"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의문이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저서 <공격받는 자유무역>에서 "관세가 일자리를 오히려 감소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글로벌 통상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관세를 무기로 '주적'(主敵) 중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 EU(유럽연합) 등 전통적인 우방에 이르기까지 전선을 넓혀간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쇼(1988년)에 나와 '멍청한 무역'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자유무역 정책을 호기롭게 비판했던 젊은 부동산사업가가 아니다. 2017년 대통령이 돼 '미국 우선주의'라는 자신의 구상을 정책화해 밀어붙였던 '경력직'이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라인스 프리버스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해 "대통령은 오랫동안 무역불균형 반대론자였다"며 "무역문제에 있어 '뼈다귀를 문 개'처럼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보다 더 강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집권 4년만 버티면 된다고 여기기엔 관세전쟁의 쓰나미 파고가 너무 높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는 커다란 악재다. 국가 리더십 부재 속에 이미 많은 걸 놓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