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합의점을 찾으면서 장기간 지속한 연금개혁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 등 구조개혁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 관련 입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4일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에서 43%로 설정하는 모수개혁안에 의견을 모았다. 그간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더불어민주당은 44%를 제시하며 대치해 왔으나,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이다. 애초 국민연금 재정이 2055년경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선(先) 모수개혁은 기금 고갈 시기를 9년 정도 늦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합의가 그동안 공전해 온 연금개혁 논의에 속도를 가할 것으로 보이긴 하나, 구조개혁 측면에서는 난관이 존재한다. 여당은 국민연금 내 '재정 안정성'을, 야당은 '소득 보장성'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당정은 국가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법 개정 없이 조정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이미 소득대체율을 양보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러 가지 부수 조건에 대한 정부 입장이 나오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관련해 양당 간 합의가 되면 (모수개혁법안을)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논의할 국회 연금특위 구성안이 '여야 합의 처리' 문구 포함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지난주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전제조건을 내건 셈이다.
다만 민주당은 오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수개혁안을 우선 통과시킬 계획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연금특위 문제와 관련해 "특위 구성과 모수개혁을 연계하는 국민의힘 주장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다음 주 우선 모수개혁을 처리하고, 연금개혁특위는 추후에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낼 경우 정국이 급랭하면서 각종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연금개혁과 함께 다루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과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내수 경기 회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탄핵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치권 전체가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쟁과 상관없이 정책적 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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