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탈이 제조한 미 해군 연안전투함(LCS) [사진=오스탈]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다시 추진한다. 지난해 한화오션을 통한 인수 제안이 무산된 이후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앞세워 공개 지분 매수(TOB)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7일 호주 현지 자회사 ‘HAA No.1 PTY LTD’에 각각 2027억원과 642억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증자 목적을 '호주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 자금을 활용해 오스탈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립된 'HAA No.1 PTY LTD'의 누적 자본금은 3370억원에 달하며 이는 오스탈 지분 약 25%를 매입할 수 있는 규모다.
오스탈은 호주와 미국에서 해군 함정과 고속 페리, 해상풍력 및 석유·가스 플랫폼용 선박을 생산하는 조선업체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에서는 미 해군 군함을 설계·건조해 납품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4월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9300억원)에 오스탈 인수를 제안했으나 오스탈 경영진의 거부로 무산됐다. 현재 오스탈의 시가총액은 13억9100만 호주달러(약 1조2800억원)이며 최대주주인 타타랑벤처스가 19.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탈은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지정돼 있어 해외 기업이 인수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미 국방방첩안보국(DCS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화그룹의 재인수 시도는 한화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미국 조선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앞서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을 통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북미 방산·조선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미국 내 조선산업 확대도 한화의 오스탈 인수 전략과 맞물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미 해군 함정과 상선 생산능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미국 조선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가 오스탈을 확보할 경우 미 해군 조선사업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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