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미국에서 회동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의 이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시 주석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에 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사회 참석자들과 도시 미화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나왔다. 그는 워싱턴 DC 내 고속도로에 대해 “너무 낡았고, 너무 별로다”라고 지적하며 시 주석의 방문 가능성에 대비해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하는 등 도시 대청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방미 시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양국 정상 회담이 오는 6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같은 날 SCMP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4월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두고 미·중 양측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미·중 양국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와 보복 관세를 두 차례나 주고받으며 무역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지난달 4일부터 시행해 온 10%의 추가 관세를 이달 초 20%로 두배로 올렸고, 중국은 미국산 석탄·천연가스·석유·자동차 등에 최대 15% 관세를 물린 데 이어 2차 보복으로 미국 농·축·수산물에도 10~15%의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대화의 손짓을 보내며 협상의 여지는 열어뒀다. 특히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둔화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 전선 확대를 피하고자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가였던 크리스토퍼 존슨 중국전략그룹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 주석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외교적) 승리”가 되겠지만, 시진핑이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시진핑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마러라고를 너무 일찍 방문한 것을 실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두 정상은 트럼프 취임 3개월 만인 2017년 4월 트럼프의 사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났다. 이후 같은 해 11월 베이징에서도 한차례 회동했다.
중국은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상무부 등 정부 부처에 4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지시한 2020년 미·중 양국이 체결한 ‘1단계 무역 합의’에 관한 재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존슨 회장은 1단계 무역 합의 재평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은 미국과 협상에 있어 시 주석에게는 큰 위험 요소라면서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관세를 인상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FT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28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등 중국발전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하는 글로벌 기업 수장들과 만날 예정이다. 시 주석과 만남에는 20여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할 예정으로 시 주석은 ‘트럼프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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