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영풍을 포함해 코스피 상장사 6곳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논의한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카드로 '집중투표제'를 사용하면서 상장사 전체의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 코웨이, 솔루엠, 율촌화학, DB하이텍, 디아이동일 6개 코스피 상장사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논의한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전무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6개 코스피 상장사의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정관 변경이 가결될 경우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82조의 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삭제된다. DB하이텍은 정관 변경 논의의 목적을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및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 도모'라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와 분쟁 중인 코웨이의 의안은 더 첨예하다. 정관 변경이 가결될 경우 '본 정관은 2025년 3월 31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본 정관 개정 안건이 승인되는 즉시 시행한다'는 부칙을 함께 인정해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얼라인은 코웨이에 주주환원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회 구성에서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보다 보장될 수 있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이사 선임안에서는 1주당 한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를 적용할 경우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이 부여된다.
소액주주들은 이사 수만큼 부여된 복수의 의결권을 원하는 특정 이사회 후보에게 전부 행사하는 '몰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득표수가 많은 순으로 이사로 선임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됐으나 실제 활용 사례가 많지 않아 사문화된 제도로 여겨졌다. 상장사들은 경영 안정을 이유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꺼려왔다.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2024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공시한 526개 코스피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의결권 열위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꺼내들었고 가결로 이어지면서 집중투표제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6개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안건은 모두 주주제안에 의한 안건이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많이 올라왔다고 해서 실제 도입되는 상장사가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안으로 가결 조건이 더욱 까다롭다. 출석한 주주 주식수의 3분의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기준 3분의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코스피 상장사를 기준으로 2023년에는 DB하이텍, 2022년에는 사조오양, 2021년에는 한진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올라왔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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