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봄 극장가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흥행 양상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예상 밖의 흥행 부진을 겪으며 극장가도 기대했던 활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 '퇴마록'과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눈에 띄는 흥행을 기록하며 극장가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먼저, 영화 '퇴마록'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惡)에 맞서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오컬트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2월 21일 개봉해 한 달 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히 관객 수를 늘리고 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3월 17일 기준)에 따르면 '퇴마록'은 총누적관객수 44만3697명을 돌파했다. 성인을 타깃으로 한 한국 애니메이션 중 괄목할 만한 성과다.

눈에 띄는 점은 '퇴마록'의 팬덤 확장 방식이다. 원작 팬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홍보와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세대로 팬덤을 넓혀 나갔다. CGV의 성별 및 연령별 예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퇴마록'은 개봉 초기보다 여성 관객과 2030세대의 예매율이 각각 5%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예고편을 보고 '이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고, 성우 라인업도 화려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흥행해서 2편도 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관객 B씨는 자신을 "원작 소설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 처음 원작을 접했는데, 당시에도 매우 신선한 작품이었다.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영화를 보면서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새롭게 발견됐다. 특히 책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영상으로 표현되니 훨씬 쉽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B씨는 "'퇴마록'은 영화화된 부분 외에도 더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이번 영화가 성공해야 다음 에피소드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것 같아 극장을 찾았다. 이제는 '퇴마록'뿐만 아니라 제작사의 차기작까지 기대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로 '퇴마록'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영화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하 극장판 '진격의 거인')의 흥행 기세도 거세다.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시리즈의 마지막 극장판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엘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싸움을 담고 있다. 특히 극장판에는 TV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면과 보강된 작화가 추가돼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개봉 4일 만에 누적관객수 22만1005명을 돌파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번 기록은 단독 개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쟁작 '미키17'보다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4배 적었지만, 좌석 판매율은 35.6%를 기록하며 '미키17'(13.4%)을 압도했다.
다른 극장 관객 C씨는 "'진격의 거인'의 팬이다. 원작 만화는 물론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모두 관람했다. 특히 '더 라스트 어택'은 10년 동안 이어진 TV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최종장이라서 팬들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꼭 극장에서 관람하고 싶더라. 10년 동안 함께 달려 온 만큼 마지막 시리즈를 극장에서 장식하고 싶었다. '진격의 거인' 팬인 친구들과도 몇 차례 더 관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제 극장가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장르가 아닌, 중요한 흥행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극장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춤한 봄 극장가에서 '퇴마록'과 '진격의 거인'은 성인 타깃·단독 개봉이라는 핸디캡을 넘어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두 작품의 성공은 애니메이션이 특정 팬층을 넘어 극장가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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