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설득해 행동하도록 만드는 밀물. AI가 사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필요한 물건을 웹에 들어가 알아서 결제하는 밀물. AI가 압축파일을 풀고 그 안에 있는 문서를 이해해 업무를 대행하는 밀물. AI가 매일 웹에 있는 영상과 오디오를 시청해 사람이 아침에 눈을 뜨면 한국어로 핵심 내용을 브리핑하는 밀물. AI가 신규 고객을 발굴해 계약하도록 유도하고, 판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시하는 밀물.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가 사람 대신 가사 노동을 하고, 휴머노이드 여러 대가 협력해 팀플레이를 수행하는 밀물.
밀물이 보이는가? 너무 거대해 엄두가 나지 않는가? 생각처럼 밀물에 올라타는 게 쉽지 않은가? 아예 밀물을 창조할 생각은 해 봤는가? 밀물 안에 있는 우리의 모든 배를 어떻게 하면 동시에 띄울 수 있는가? 골든타임을 놓치면 모든 배는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2월 27일 오픈AI는 GPT-4.5를 발표했다. 상세 내용을 ‘오픈AI GPT-4.5 시스템 카드’ 문서에 기술했는데 주목할 사항이 있었다. AI가 사람 마음을 흔들어 의도대로 사람이 행동하도록 자율적 전략을 개발하고, 마침내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보였다는 점이다. 상위 버전의 AI(GPT-4.5)가 100달러를 가지고 있는 하위 버전의 AI(GPT-4o)를 설득해 2달러나 3달러를 기부받았다. 큰 금액(100달러)을 의도적으로 부각해 판단 기준점으로 삼게 한 다음에 적은 금액(2달러나 3달러)을 소소하게 보이도록 유도하였다. 사람을 설득할 때 채택하는 기술이다.
3월 5일 마누스(Manus) 소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AI에이전트의 다채로운 사용 사례를 엿볼 수 있어서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클로드 3.5 소네트’ 기반 위에 ‘큐원’을 미세조정한 파운데이션 모델로 서비스를 한다. 오픈AI의 ‘컴퓨터 유즈’와 유사한 오픈소스인 ‘브라우저 유즈’ 등 여러 오픈소스를 포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밀물을 활용하려면 오픈소스로 마누스를 구축하자는 오픈마누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밀물을 창조하려면 퍼플렉시티와 마누스의 서비스 모델처럼 우리도 애자일(Agile)·린(Lean) 방식으로 서비스를 론칭해서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알베르 카뮈는 '나는 저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우리 시대에는 이렇게 바꿔서 읽어보면 어떨까. ‘나는 밀물에 저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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