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에서 외면받는 케이팝 콘서트, '현지 콘서트'는 호황

현지인 마음 충분히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어

2024년 흥행을 일으킨 베트남 남자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 'Anh Trai Vuot Ngan Chong Gai' [사진=베트남통신사]

최근 베트남 내 콘서트 시장은 베트남 국내 공연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활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면 폭발할 듯 보였던 여러 케이팝 음악 축제는 관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행사는 티켓 판매 부족으로 취소되어야 했다. 이러한 대조적인 상황은 베트남 관객 취향의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국내 아티스트 콘서트 열풍, 기록적이었던 2024년

2024년 베트남에서는 'Anh Trai Say Hi(오빠가 너에게 안녕)'와 'Anh Trai Vuot Ngan Chong Gai(수천 개 역경을 극복하는 오빠)'라는 두 개의 음악 콘서트가 지속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이는 베트남 젊은 남자 가수들과 함께 여러 연령층의 남자 가수나 남자 배우 등이 함께 팀을 이루어 음악 무대를 꾸미는 콘서트다. 티켓은 판매 개시 수십 분 만에 매진되고, 심지어 티켓 판매 사이트를 다운시키기도 했다.

이들 콘서트는 호찌민시에서 대박을 내고, 수도 하노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두 콘서트 모두 수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동 시간대에 15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티켓을 구매했는데, 이는 그간 베트남 콘서트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숫자였다.

이 같은 열기는 무대와 음악을 넘어 콘서트와 결합된 게임 쇼 모델로도 이어졌다. 몇몇 유명 가수에만 의존하는 대신 수십명의 아티스트들이 각각의 팬층을 형성했다. 50만동(약 2만8700원)에서 수천만 동까지 다양한 티켓 가격 덕분에 관객들은 기꺼이 표를 구매했다. 관객들은 폭발적인 분위기와 확실한 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천개 역경을 극복하는 오빠' 콘서트의 응우옌쑤언안(Nguyen Xuan An) 대외협력 책임자는 각 콘서트에 기술, 보안, 행사 관리에 이르기까지 1000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베트남 국내 콘서트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이다.

또한 주최 측은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이나 하노이 중심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흥옌(Hung Yen) 성 신도시를 공연 장소로 선택하는 등 점차 베트남 콘서트의 규모와 무대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베트남 국내 콘서트를 인기 있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팬들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특히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강한 베트남에서 이러한 콘서트의 영상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퍼지면서 국내 콘서트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오빠’를 주제로 한 이 2개의 콘서트는 그룹으로 진행되어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그룹으로 쇼가 진행됐고, 유명 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걸쳐 여러 아티스트를 영입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힘을 얻었다.

베트남에서 외면받는 케이팝 콘서트?

베트남 국내 콘서트와는 달리 지난 2년 동안 많은 케이팝 콘서트가 베트남에서 이루어졌지만 티켓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11월 예정됐던 'K-Time Live in Hanoi(K타임 라이브 인 하노이)' 콘서트는 슈퍼주니어, 에이핑크, 하이라이트 등 인상적인 라인업을 발표했지만 티켓 판매가 변변치 않았고, 결국 주최 측은 행사 직전에 콘서트를 취소해야 했다. 비슷한 상황이 2023년 연말 "K-pop Open Air #2(K팝 오픈 에어 #2)"에서도 발생했고, 환불 절차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케이팝 콘서트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행사 주최자들이 객관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는 티켓 가격이나 일정 문제로 전성기가 아닌 그룹이나 인기가 덜한 아티스트를 초대한다. 결과적으로 팬덤은 대형 경기장을 가득 채울 만큼 크지 않게 된다.

꾸옥쭝(Quoc Trung) 베트남 음악가는 선진국에서는 관객을 모으기 위해서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지는데, 베트남에서 열리는 많은 케이팝 공연은 급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짱쩐(Chang Tran) 베트남 마케터는 케이팝 공연이 종종 팬들과의 소통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과거 일부 기획사들이 베트남에서 공연을 취소한 뒤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들이 생기며 베트남 팬들의 신뢰를 잃기도 했다. 이러한 요인도 점점 더 많은 베트남 관객들이 케이팝 대신 베트남 콘서트를 더욱 찾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베트남 국내 아티스트 콘서트는 관객으로 가득 찬 반면, 많은 케이팝 콘서트는 취소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베트남 관객들이 한국 아이돌에 등을 돌린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나 상호작용 등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가치적인 부분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공연 기획자들이 신중하게 투자하고 현지 취향을 파악한다면 여전히 성공적인 콘서트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철저하고 전문적인 준비 외에 지름길은 없다. ‘메이드 인 베트남’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앞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더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더욱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