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 급등에 강남3구와 용산구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맞불을 놨지만 이미 상승세를 탄 집값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 일대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3주(17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0.25% 오르며 지난주(0.20%)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83%, 0.79% 오르며 연일 아파트값 오름폭을 키웠고, 서초구도 0.69% 상승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구로구(0.00%)를 제외한 24개 구 아파트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등 서울 전역으로 온기가 퍼지는 양상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매수 심리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집값 상승의 방아쇠가 됐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일부 지역의 상승세가 잠시 주춤할 수는 있으나 집값이 하향세로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와 주택 공급 부족 등 여전히 상승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변동형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대로 진입했다.
실제 올해 1월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2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는데 주택담보대출이 이를 주도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3000억원 급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5조원 증가하며 지난해 10월(5조5000억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현재 기준금리는 2.75%로 연내 1~2회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부동산으로 돈이 유입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금 사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하며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 조사 결과, 3월 셋째 주 매매수급지수는 100.6으로 지난해 11월 둘째 주(100.3) 이후 17주 만에 100을 넘어섰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 수요·공급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향후 공급 부족도 집값 상승을 예측하게 하는 지표다. 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 자료에 따르면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7000가구에서 내년 2만4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공급 감소는 시장의 수급 불안을 심화시키고, 결국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최소 6개월간 거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역시 매물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 재지정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국지적일 것"이라며 "대출규제, 금리, 시장심리 등 다른 요인들이 그대로인 채 토허제만 바뀐 상황인 만큼 시장 흐름이 크게 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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