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중국 대륙을 경악시킨 '왕싱 납치 사건'으로 동남아 지역에 만연한 대규모의 온라인 도박과 사기단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왕싱 납치 사건은 중국 무명 배우 왕싱이 태국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고 방콕으로 입국했다가 영화 제작진을 사칭한 온라인 사기단에 납치된 사건이다. 그는 태국·미얀마 접경지대의 불법 온라인 도박, 보이스 피싱 등 사기 범죄 작업장에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구출됐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이달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사기는 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일로,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왕싱 납치 사건'으로 2023년 중국서 개봉한 동남아 온라인 사기도박 집단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담은 선아오(申奥) 감독의 영화 '고주일척(孤注一擲)'이 다시 주목받았다. 고주일척, 도박에서 남은 돈을 다 건다는 뜻이다. 2023년 개봉한 이 영화는 최종 박스오피스 38억 위안(약 7679억원)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는 프로그래머 판성(장이싱 분)과 모델 안나(진천 분)가 고연봉을 준다는 유혹에 이끌려 해외 취업을 하려다가 동남아 온라인 사기 도박 집단에 끌려가 고초를 겪다가 구출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아이돌그룹 엑소(EXO) 중국인 멤버 출신인 장이싱(레이)이 취업 사기로 동남아 온라인 사기 도박장에 끌려갔다가 온갖 고초를 겪고 구출된 유능한 IT프로그래머 판성 역을 열연했다.
특히 영화 속 온라인 사기조직은 거대한 갱단 집단과 다를 바 없다. 끌려간 피해자들은 휴대폰을 압수당하고 감금돼 외부와 단절된 채로 온라인 사기 도박업에 종사한다. 도망치다 잡히면 잔혹하게 구타를 당하거나 목숨을 위협 받는다.
중국내 동남아 온라인 사기도박 피해자의 증언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속에서 중국 공안(경찰)이 동남아로 직접 건너가 온라인 사기 도박단을 일망타진하는 장면, 온라인 사기 도박단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을 생생하게 털어놓으며 후회하는 장면 등은 온라인 도박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중국식 교육용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문제를 다룬 우리나라 ‘시민 덕희’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입은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피해자의 절박함에 액션·스릴·유머 코드를 적절히 섞은 스토리로 관객을 흡입한 것과 비교된다.
실제로 중국 영화평론 사이트 더우반에서 반응도 비슷했다. "동남아 온라인 사기도박 조직의 잔혹함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온라인 사기도박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온라인 사기도박 근절 홍보물로 잘 만들었지만, 좋은 영화는 아니다"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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