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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이어도와 中 선란(深藍)의 수상한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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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입력 2025-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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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박승준 논설주간]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 이청준(1939~2008)이 1974년에 발표한 소설 ‘이어도’의 첫머리다.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피안의 섬 이름이다. 뱃사람들이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어도로 갔다”고 말해왔다. 소설 이어도에서 작가 이청준은 가상의 남양일보 기자 천남석이 이어도 실체를 밝히기 위한 해군들의 수색 작전 취재를 나갔다가 실종된 사건을 규명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로 만들었다.

이어도는 그러나 정확히 말해 섬은 아니다. 해수면 아래 4.6m 정도에 있는 수중 암초다. 국제 해도(海圖)에는 ‘Socotra rock(소코트라 암초)’으로 표시돼 있다. ‘Socotra(‘용의 피’라는 뜻) rock’은 1910년 영국 상선 워터위치(Waterwitch)가 발견해서 해도에 등재했다. 제주도 뱃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로 나가서 이 암초에 걸려 조난해서 돌아올 수 없게 되면 “이어도로 갔다”고 한 연유가 밝혀진 것이다. 이어도의 위치는 북위 32도 7분 22.63초, 동경 125도 10분 56.81초. 제주도 마라도 서남쪽 149㎞, 중국 상하이(上海) 앞바다 저우산(舟山)열도 동쪽 끝 둥다오(童島)에서 북동쪽으로 247㎞ 떨어진 곳에 있다. 일본 규슈(九州) 남쪽 도리시마(鳥島)에서는 서쪽으로 287㎞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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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측이 주장하는 선란 1-2호가 설치된 해역 위치,  출처 바이두] 





이어도에 관한 공식기록으로는 1945년에 설립된 한국산악회 홈페이지에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8월에 피난 수도 부산에 모인 회원들이 (국토조사 목적으로) 제주도 남쪽 해상에 있는 전설의 섬 파랑도를 답사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우리 정부는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대한민국 인접 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의 선언’을 발표, 독도와 이어도가 대한민국의 영해 안으로 들어왔다.

1984년에는 제주대학교가 ‘이어도 실재론’ 현장 조사에 나서서 소코트라 암초를 발견해서 ‘파랑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과거 화산이었던 해저에 태극기와 제주대 교기를 꽂아두었다. 우리 정부는 1987년 8월 해운항만청이 이어도를 탐사하고 해수면에 야간선박 항해를 돕기 위한 부표를 설치했다. 부표의 크기는 지름 2.8m, 높이 9m, 무게 8톤이었다. 2003년 6월 해양수산부는 이 위치에 바다 위 39m 높이의 철골 구조물과 헬기 착륙장이 있는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다.

1992년 8월의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외교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정부 사이에는 해상 영토분쟁이 없다”고 밝혀왔다. 이유는 “쑤옌자오(蘇岩礁 · Socotra rock을 음역한 것, 이어도의 중국명)는 섬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199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중국 정부는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으로 둘러싸인, 이른바 남중국해(서필리핀해)의 스프래틀리(Spratly Islands · 중국명 난사 南沙 군도), 파라셀(Paracel Islands · 시사 西沙군도), 프라타스(Pratas Islands · 둥사 東沙군도)의 70여 개 섬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 분쟁에는 이 지역이 동아시아로 통하는 석유 수송로라는 점에서 미국이 개입해서 공해상 자유통항권을 내세워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 해역 일대가 당나라 때부터 설정된 남해 구단선(九段線) 안에 포함된다는 역사 기록을 내세워 대부분의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섬이 아닌 산호초에도 시멘트를 부어 넣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고 헬기 착륙장과 전투기와 폭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와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서 이 지역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은 풍부한 해저 천연가스 매장 지역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화약고로 꼽히는 해역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1987년 이어도에 부표를 설치하고, 2003년에 헬기장이 포함된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한 사실을 알면서도 일관되게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간에는 해상영토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 정부가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위한 헬기장을 설치한 사실을 항의하면 자신들이 남중국해 곳곳의 산호초에 시멘트 구조물을 만들고 군용기 활주로와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사실에 대한 역 비난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

2006년 4월 5일 중국 국무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중국 공산당 지휘부가 거주하는 중난하이(中南海) 자광각(紫光閣)으로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초청해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영토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두 나라는 수천년간의 우호 교류사를 갖고 있으며, 이 점이 양국 관계 발전의 유리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해 9월 14일 당시 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은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쑤옌자오(이어도)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에 위치해 있으므로 한국 측이 이 해역에 대해 일방적 활동을 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으며, 한국 측의 일방적 활동에 대해 우리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는 그 뒤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서 이 해역을 ‘잠정조치수역(PMZ)’으로 규정하고, 양국 가운데 한 나라가 이 수역에서 일방적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잠정조치수역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카운터 파트인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에게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 해양 권익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선란(深藍) 1호’와 ‘2호’로 알려진 중국의 서해 철골 구조물 인근 해역을 점검하려는 한국 선박을 중국 인원들이 가로막고 위협해 2시간 대치한 상황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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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언론이 '서해 알박기'용 철골 구조물이라고 주장하고, 중국측은 '해상 연어양식을 위한 구조물'이라고 주장하는 '선란(深藍)1호]. [출처. 바이두]  



4.6미터 해수면 밑의 국익 

조선일보는 중국이 지난해 4~5월 선란 1 · 2호기를 설치해서 ‘서해 알박기’를 시도한 사실이 포착된 데 이어 최근 3호 구조물 제작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하고, 이 구조물들이 지름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로, “중국은 이 구조물이 해상 양식장이라고 주장한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월에도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선란 1호와 2호가 해상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중국 관영 미디어들이 보도했다. 3년여 전인 2022년 7월 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발행되는 칭다오 완바오(靑島晩報)는 “선란1호가 국내 최초로 양식에 성공한 국산 연어가 칭다오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칭다오 완바오 보도에 따르면, 선란1호는 2018년 7월 산둥성 정부의 ‘해상 양식 창고’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세계 최대이자 최초의 잠수식 연어양식장으로, 지름 60m에 무게 1400t이며 5만㎥의 바닷물을 이용, 1만여 마리의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선란1호는 2021년 6월에는 15만 마리의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칭다오 완바오는 전했다. 2024년 5월 9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광명(光明)일보의 온라인 뉴스에 따르면, 이날 선란1호와 비슷한 크기의 선란2호가 제작되어 선란1호보다 바닷물의 부피가 2배에 가까운 9만㎥에서 심해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선란1호의 경우 해안에서 120해리(약 222㎞) 떨어진 심해에서 연어 양식을 한 것으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보도했다. 선란 1-2호가 가설된 해역이 해안에서 222㎞ 떨어진 곳, 이어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해역이라는 점에서 ‘연어 양식 시설’이라는 중국 외교당국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란 1-2호를 한국과의 해양 영유권 분쟁에서 ‘알박기’용 철골 구조물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박기용인지 연어 양식 시설인지 칭다오 주재 우리 총영사관을 통한 현지 확인 과정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현재의 한-미-중 관계는 상황 변화를 잘 살펴가며 정책을 검증하고 채택해야 할 때다.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해상영토 분쟁을 치열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 외교부나 언론들도 중국 관련 항의와 보도에서 턱없는 중국 비난을 해서 외교적 피해를 자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중국에 대한 최강경파인 마이클 필스버리를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평가해서, 필스버리의 <백년의 마라톤(Hundred years’ marathon)>의 주제인 ‘미국은 중국에 100년 동안 속아왔고 또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대통령이었다. 우리 외교당국은 대미, 대중 정책에 대해 폭풍의 언덕 위에 선 것처럼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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