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에서 22일 열린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한·중·일 3국의 의도가 교차하는 가운데 기묘한 ‘안정’이 연출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3국이 서로 접근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3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중·일이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3국이 경제를 축으로 하는 협조를 우선시하고 민감한 현안 해결은 뒤로 미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한·일이 중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각각 적지 않은 현안이 있으며, 한·일 양국의 정세가 불안정해 일본이 연내 개최를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의 시기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로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을 대신할 지도력을 보여주고 싶은 중국에 대해 한·일 양국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면서 “3국의 의도가 교차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기묘한 안정이 연출됐다”고 해석했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정권 출범 후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일 간 접근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일주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일본에 있어 중일· 관계의 안정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반면 일본이 노골적으로 중국에 접근하게 되면 트럼프 정부 내 대중국 강경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중·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큰 돌파구는 없다’는 견해가 강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물론 약 6년 만에 개최된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는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 문제에 대해 당국 간에 철폐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점을 확인하는 등 양국이 관계 개선 기조를 유지한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측은 구체적인 (수산물 수입) 재개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아사히 역시 “중·일 관계의 걸림돌이 되어 온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 해제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밖에도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와야 외무상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에게 센카쿠 문제 등 동중국해 정세와 중국군의 활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했으며, 중국 당국에 구속된 일본인의 조기 석방을 요구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왕 주임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전승 80주년”이라며 역사를 직시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사히는 “중·일 사이 대립점은 여전히 많다”면서 “이 같은 문제들이 확대되면 올해 하반기에는 중·일 협력의 모멘텀(기세)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무성 간부의 견해를 전했다. 또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배포 스캔들’로 올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하게 되면 ‘대화 중시’의 대중국 기조가 흔들리면서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동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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