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데인스(공화·몬태나) 상원의원(왼쪽)이 2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관세 전쟁 속 대화 국면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은 중국을 방문해 경제 총 책임자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만났고, 이번 주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 수장이 중국 측과 대화에 나선다. 여기에 중국이 전기자동차 등의 대미 수출량 통제 검토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공화·몬태나) 상원의원은 이날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허 부총리와 만났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정치인이 중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인스 의원의 중국 방문은 양국이 관세와 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며 불만을 키우고, 당국자들은 제대로 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다음 달 2일에는 상호관세도 추가로 예고한 상황이다.
데인스 의원은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매우 중요한 회담이 될 다음 단계를 주선하고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설명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중·미는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갖고 있으며 협력 여지가 크다”며 “양국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돼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으며, 이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 이어 미·중 양국은 무역 갈등 속에서도 대화 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이번 주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통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난 시 주석과 대화할 것”이라며 “난 그와 관계가 매우 좋고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회담이 성사된다면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이 정상 회담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전기차·배터리 등 미국으로 수출하는 특정 상품의 수량을 제한해 미국의 관세 조치를 완화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미국과 대립 구도를 이어가는 것 대신 대미국 수출 축소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하는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이는 1980년대에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피하기 위해 단행한 자동차 수출자율규제(VER)와 비슷한 방식이다. 1981년 오일쇼크와 그에 뒤이은 일본차의 무차별 공세로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일본은 자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량을 통제했고, 이를 통해 미국의 관세 인상을 막은 적이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직면한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의 미국 현지 투자기회 확보를 대가로 자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의 대미 수출 제한을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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