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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막힐라...韓기업 상법 개정안 대응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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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5-03-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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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안 통과시 인수·분할·유증 어려워져

  • 배임 우려에 자회사 IPO도 올스톱

  • 자본시장 침체 가능성...경제단체 "헌법 위반"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정부에 전달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이 발의되면 인수합병, 기업분할,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등 이사회가 기업 성장을 위해 내린 고도의 경영상 판단을 놓고 사모펀드와 소액주주가 주주 피해 등을 이유로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지주사들도 관련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이 지난 21일 오후 법제처로 이송됐다. 정부는 15일 이내에 개정안을 공포하거나 재의요구를 해야 한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8단체는 "개정안의 이사 의무는 너무 추상적"이라며 "주주 간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한다'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소액 주주의 소송 남발 우려도 큰 만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업계에선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하지만 30대 기업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업들이 로펌에 가장 많이 하는 질의는 두 가지다. 이사회 결정이 법원 가처분·판결로 뒤집혔을 때 대응 방안과 자회사 IPO로 인한 모회사 주가 하락이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발의되면 최악에는 전문가인 이사회 중심 경영 시스템이 붕괴되고, 임시 주주총회 표결과 법원 판결로 기업 경영 방향이 결정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사회의 판단이 모든 주주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임시주총과 법원 판결로 뒤집히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사회가 단기 이익에만 집중하고 장기 성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기업의 대외 신인도도 하락하면서 글로벌 기업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협력하는 사례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 간 이해충돌이 지속되면 이사회는 보수적인 경영 판단밖에 할 수 없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급감하고 주주 배당만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 전체 경쟁력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집단의 계열사 신규 상장도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때 양측 이사회에 참여한 경영 임원들이 전체 주주 이익에 반했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고발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HD현대·LS그룹 등의 계열사 IPO가 멈추면서 한국 자본시장 전체가 위축될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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