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5일 주요 은행을 소집해 토허제 재지정과 관련한 시장·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한다. 지난 19일 지역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기로 한 이후 시장 상황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토허제와 관련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내리면서 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도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다. 대출 증가세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뿐만 아니라 토허제 재지정에서 제외된 마포·성동·강동구 등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살필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강남 3구가 약 7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데 더해 용산구도 작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은 주택 매매·전세 거래량이 증가한 뒤 약 2~3개월 시차를 두고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메시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옥죄기에 힘을 보태는 발언을 하자 은행권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로 이어지는 경로를 점검하겠다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은행권이 느끼는 혼란은 주요 은행별 가계대출 정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규제를 풀다가 다시금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조건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보니 은행별로도 만기나 한도 등에서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해제했던 서울·수도권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를 최근 부활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유주택자가 주택 추가 구입을 위해 신청하는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하나은행도 이달 27일부터 서울 유주택자에 대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상반된 메시지가 나오면서 은행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별로 가계대출 정책이 제각각 다르게 설정되면서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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