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미뤄지는 가운데 정치권에 대한 또 다른 사법 판단이 이어지면서 여야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사재판을 겨냥해 비판 수위를 올렸고,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천막당사' 설치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이르면 이번 주로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정국 향방을 가를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0일째인 이날 일제히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민주당은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당장 25일에라도 파면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부터 서울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운영하는 한편, '헌재 선고 촉구 결의안'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박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최 대행 탄핵 사유가 한 총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굉장히 막중하고 더 큰 헌법 위배 사안들이 누적돼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방위적인 '속도전'에 나선 배경으로는 각각 24일과 26일로 잡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내란 공모'가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된 만큼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차기 유력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도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 당 '일극 체제'에 상당한 균열이 갈 조짐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최대 약점인 '사법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야당의 최 대행 탄핵 추진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유죄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에 앞서 광기로 가득한 탄핵안을 제출해 언론을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의 광화문 천막당사 설치 예고에 대해서도 "입법부가 사법부를 협박하는 것이다. 이 대표 2심 판결과 탄핵심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 거부 운동을 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라고 화살을 전부 이 대표에게 돌렸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내일 이변이 없는 한 한덕수 총리께서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할 전망"이라며 한 총리 직무 복귀를 기정사실로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가 151석인가, 200석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무책임한 국정 파괴적 탄핵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헌재가 못 박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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