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의 '레드 테크'가 세계를 휩쓰는 이유는 7s
중국에서는 '최(最)'씨만 살아남는다
미·중 경제전쟁이 8년째 지속되면서 미국의 무역봉쇄, 기술봉쇄가 이어졌지만 중국의 굴기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어설픈 미국의 제재가 중국을 좌초시키기는커녕 중국의 반발심만 더 키우고 기술 개발과 국산화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제재의 역설'을 만들고 있다.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미·중이 무역전쟁을 시작했을 때 중국의 무역흑자는 3509억 달러였는데 2024년 바이든 정부 말기에는 9922억 달러로 2.8배나 늘었다. 미국이 반도체와 AI 기술 봉쇄를 했지만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는 오픈AI의 뒤통수를 쳐서 전 세계에 쇼크를 안겼다.
중국은 지금 세계 모든 산업의 경연장이다. 중국은 유엔 컴트레이드 통계의 주요 상품 5000여 개를 모두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지금 중국 시장은 전 세계 '내로라하는' 모든 대기업들이 다 들어와서 박 터지게 싸우는 올림픽 경기장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오로지 '최초, 최고, 최대, 최신'의 4명의 '최(最)'씨만 살아남는다. 어디서 본 듯한 제품, 어디서 이미 사용된 제품은 중국 가면 다 있다. 2억9000만명의 중국 농민공의 손과 서방의 자본과 기술이 화학작용을 일으키자 2009년에 바로 중국은 제조업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09년 이후 중국은 제조업에서 세계 1위를 내리 15년째 하고 있고 2위와의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통신장비 등의 첨단산업에서도 중국의 BYD, 유니트리, CATL, DJI, 화웨이가 독보적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보면 DJI가 드론에서 80%, 유니트리가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70%, 배터리에서 CATL이 39%, 통신장비에서 31%, 전기차에서 BYD가 2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첨단기술에 강한 이유는 '7s'
세계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조사하는 미국의 ITIF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10대 전략핵심기술산업 중 7개 산업에서 중국이 글로벌 생산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미국은 겨우 3개에서만 선두를 지켰다
중국이 세계 10대 전략핵심기술산업에서 7개 산업에서 세계 리더 자리를 꿰찬 것은 7가지 이유가 있다. 공대 출신 리더들의 공부('S'tudy),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정책('S'trategy), 강력한 연구개발투자('S'trong R&D), 파격적인 보조금지원('S'ubsidy), 거대한 시장('S'ize), 중국식 공급망 생태계('S'ystem), 그리고 과학기술인재('S'cience Manpower)들의 육성 때문이다
첫째, 공대 출신 리더들의 공부('S'tudy)다. 중국은 창업자 마오쩌둥을 제외하고는 4명의 지도자가 모두 공대 출신으로 기술을 이해하는 지도자들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은 당 서열 25번까지가 평균 45일에 한 번씩 다 같이 모여서 '집체학습(Group Study)'이라고 불리는 스터디를 한다. 후진타오 집권 이래 179회 공부했고 인터넷, 바이오, 양자통신, 지식재산권,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첨단산업을 공부하고 2~3개월 후에 정책으로 만들어 실행한다. 알고 정책을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둘째,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정책('S'trategy)이다. 중국은 15년 전에 7대 신흥전략육성산업을 정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첨단산업육성은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투자했다.
셋째, 강력한 연구개발투자('S'trong R&D)다. 중국은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가 하강해도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투자는 줄인 적이 없다. 2024년 EU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R&D투자 15대국을 보면 중국이 2위이다.
전 세계 투자금액 대비 비중을 보면 미국이 42.3%, 중국이 17.1%이고 한국은 3.4%로 중국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중 양국의 상위 15개 기업의 R&D 투자금액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중국 15대 기업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넷째, 파격적인 보조금지원('S'ubsidy)이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2024년 말 기준 중국 전기차 세계시장 점유율은 75%이다. 중국은 2009년 이후 2023년까지 전기차산업에 총 2309억 달러의 각종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규모는 미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반도체 Chips법의 보조금 527억 달러의 4.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섯째, 거대한 시장('S'ize)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고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중국은 지금 반도체,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휴대폰, 노트북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여섯째, 중국식 공급망 생태계('S'ystem) 구축이다. 중국은 첨단산업에 정부가 투자를 하고 적자를 감수해 내며 산업을 키운다. 그리고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완벽한 공급망 생태계를 갖추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에서 중국의 세계 1위는 이 때문이다
일곱째, 과학기술인재('S'cience Manpower)들의 육성이다. 중국은 지금 연간 1200만명의 대졸자가 나오고 그중 절반이 이공계다. 중국의 '인구 보너스' 시대는 끝났지만 중국의 1억8000만명의 대졸자들이 만들어내는 '인재 보너스' 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독감 환자를 말기 암환자로 오판하면 실수한다
기술은 시장을 못이기고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가 아니라 시장 가까이 지어야 한다. 지난 4년간 '안미경중'은 끝났고 '탈(脫)중국'이 정답이라는 정치적인 레토릭이 과연 맞았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고, 우리는 자동차, 휴대폰, 마트, 커피점 다 중국에서 철수했지만 미국의 테슬라, 포드, 애플, 월마트, 스타벅스가 '탈(脫)중국'했다는 얘기는 없다.
중국의 '레드 테크'의 공습에 세계가 놀라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도 중국 위기론, 붕괴론에만 몰입되어 있으면 실수한다. 코로나 3년간 성장 둔화만을 보고 중국을 말기 암환자라고 치부하고 제쳐두면 중국의 과학기술에 당한다. 이젠 한국의 OEM 공장이 아니라 반도체와 축구 빼고는 한국보다 다 잘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중국을 정확하게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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