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계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4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작년보다 이번 위기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연초부터 중소건설기업의 폐업신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1월 신동아건설에 이어 삼부토건 등 중견건설사들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대부분의 지표가 나빠진 상황이다.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건설수주는 10조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건설기성도 2024년 동월 대비 26.8%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설시장의 취업자도 줄어 1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24년 동기대비 16만9000명이 감소했다. 이에 건설업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와 고금리 속 원가 상승 압박, 신규 사업 착수 애로 등으로 사업 및 경영이 나빠진 상태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우발채무와 미수금, 차입금 증가 등으로 인해 재무적 여건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신용도 하락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건설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사업 및 경영상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오고 있고 정부에서도 공공공사의 조기 발주 확대, PF 대책, 지역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 등 그동안 내놓은 다양한 대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건설기업의 연쇄 부도 등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미 유동성 위기가 길어지고 있는 건설기업들에게 있어 지금과 같은 건설 및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정국 불안정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부도 위험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최근 건설 및 부동산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른 영향이지만, 사실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건설산업의 체질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산업의 체질이 강하다는 것은 그 산업이 직면한 내외부의 위기상황 속에서 극복할 힘이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산업은 기술과 공법 그리고 자재의 발전에 따라 외형적으로는 크게 발전돼 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건설수주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해외건설수주도 최근 누적 1조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체질 개선의 성과는 여전히 미흡하다. 건설산업의 낮은 생산성과 건설품질 및 안전의 문제, 그리고 건설산업 내 불공정한 관행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건설산업의 윤리성과 투명성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청년세대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타 산업에 비해 빠른 고령화와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위기 시마다 제기되는 건설산업의 위기설을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단순히 약 처방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다양한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서 가능하다.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도 정부의 건설산업 관련 법·제도 등 규제의 혁신이나 건설기업의 경영관리 개선 등 개별 건설산업 주체들의 일방적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은 건설기업은 물론, 자재·장비업체, 건설근로자 등 건설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과 정부, 국회를 비롯한 건설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다양한 주체들의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이행 노력 및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위기설이 크게 부각되는 지금이 바로 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