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3월부터 ‘독신증명서’ 발급 규제를 완화했다. 한국에는 없는 이 증명서는 현재 ‘미혼’임을 증명하는 문서로, 지금까지는 발급 신청자의 본적지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독신증명서를 찾는 일본의 남녀 솔로들이 늘면서 이달부터 신청자의 거주지 혹은 우편 신청을 통해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 법무부로부터 독신임을 공식 인증받는 독신증명서에는 신청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지, 그리고 ‘신청자가 민법 제732조(중혼 금지)에 저촉되지 않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독신증명서는 ‘곤카쓰(婚活·구혼 활동)’를 위해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이름이 알려진 결혼정보회사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려 할 때 이 증명서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소개팅 앱을 만들어 결혼을 장려하고 있는 도쿄도의 경우,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선 독신증명서 제출이 필수다. 도쿄도는 2024년부터 자체 제작한 소개팅 앱 ‘도쿄 엔무스비’를 운영하고 있는데, 행정기관의 관여를 통해 안심하고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미혼 남녀로부터 선택을 받고 있다.
등록 요금은 1만1000엔(약 10만8000원)으로, 2년 동안 유효하다. 가입자가 가치관 등에 대한 100여 항목의 질문에 응답하면 인공지능(AI)이 이를 기반으로 적합한 상대를 선택해 주는 방식으로 매칭이 진행된다. 18세 이상으로 도쿄도에 거주하거나 근무 혹은 재학 중인 남녀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도쿄도가 직접 나서 소개팅 앱까지 만들게 된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 때문이다. 혼인 건수를 회복시키는 일은 저출산 문제에 고민이 깊은 일본에서 중요한 과제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만 50세까지 단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일본인의 비율(평생 미혼율)은 남성이 28%, 여성이 18%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생 미혼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도시 지역일수록 높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쿄 거주 50세(2020년) 기준 미혼율은 남성 32.15%, 여성 23.79%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높아지는 미혼율을 멈출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소개팅 앱이다. 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기혼자의 상당수가 소개팅 앱과 같은 매칭 앱을 통해 결혼을 한다는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도쿄도가 2021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 상대를 찾는 방법으로 소개팅 앱을 활용하는 비율은 14.5%였고, 메이지야스다생명의 2023년 조사에선 20%가량의 기혼자가 소개팅 앱을 통해 결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에서 이러한 앱을 통한 결혼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한 가운데 현재는 신혼부부 4쌍 가운데 1쌍이 매칭 앱에서 만나 결혼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2024년 7월 일본 아동가정청이 전국 15~39세의 미혼 남녀 1만8000명과 최근 5년 이내 결혼한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매칭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기혼자는 56.8%였고, 미혼자는 26.8%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 기혼자 25.1%는 배우자를 만난 계기가 ‘매칭 앱’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직장이나 일 관계’(20.5%), ‘학교’(9.9%), ‘친구나 형제자매의 소개’(9.1%), ‘파티나 단체 소개팅’(5.2%) 등이 이어졌다.
다만 소개팅 앱을 악용하는 사례도 이와 비례해 늘고 있다. 결혼을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앱에 가입해 미혼을 사칭하는 등의 ‘로맨스 사기’가 대표적이다. 로맨스 사기 피해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작년 피해액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397억엔(약 3891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미혼 남녀가 즐겨 찾는 매칭 앱이 범죄 피해의 온상이 될 우려가 커지면서 독신증명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매칭 앱 이외에도 ‘검증을 거친 솔로’들만 가입할 수 있는 민간 앱도 늘고 있다. ‘엔곤카쓰에이전트’, ‘나코도’ 등은 독신증명서 제출이 필수이며, 이 밖에도 임의로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곳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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