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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민간 기업의 본사 위치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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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5-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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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사진아주경제DB
강일용 기자 [사진=아주경제DB]

한국 해운 업계에는 지난해부터 한 가지 '카더라'가 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언급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HMM 부산 이전 논의는 하림그룹의 HMM 인수 논의가 무산된 지난해 2월 이후 불거졌다. 당시 정치권에선 "HMM 수익은 부산에서 일어나는데 정작 본사는 부산에 없다"며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자체도 이러한 의견에 환영의 뜻을 드러낸 바 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것에 따른 보상심리도 기저에 깔려 있다.

명분은 분명 있다. 수도권 집중을 막고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시총 17조원의 대기업이 부산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30대 기업 중 21곳(70%)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인천·성남 등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27곳(90%)이 밀집해 있었다. 판교와 용인을 놓고 취업 남방한계선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부산은 서울의 뒤를 잇는 두 번째 대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30대 기업의 본사가 없다. 부울경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시총 순위로 따지면 15대 기업 내에 충분히 들어갈 만한 HMM을 부산으로 옮기자는 것은 정치인 입장에선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공약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HMM의 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부산으로 이전할 예정인 것도 HMM 본사 이전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이에 최근 부산상공회의소는 HMM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반년간 잠잠했던 이슈에 다시 불을 붙였다. 

하지만 HMM은 공기업인 해진공·산은과 달리 민간 기업이고 본사 이전에 앞서 민영화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나날이 치솟는 몸값으로 HMM 새 주인 찾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본사 이전을 우선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HMM 본사 이전은 민영화 이후에나 논의해야 할 내용이다. 

실제로 2대 주주인 해진공은 "HMM 본사 이전은 추후 인수할 기업이 고려할 사안"이라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높은 몸값 외에도 민영화를 어렵게 할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1대 주주인 산은은 말할 것도 없다. 구성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아직도 본사 부산 이전에 관련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 부산이 HMM을 품고 싶다면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민간 기업의 본사 이전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걸어야 한다. 민영화 과정에서 명백히 약조해야 민간 기업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본사 이전에 따른 인재 유출과 사업상 어려움 증대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현재 HMM 본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에 위치해 있으며, 본사 상주 직원 수는 900여 명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해운 기업은 여의도에 본사를 뒀다. 지금은 사라진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도 여의도에 있었다.

이는 해운 고객사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는 것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영업과 관리를 맡는 사무직은 서울에 두고 실제 물류를 맡는 해운직은 부산에 두는 이원화 전략이다. 

HMM 사무직을 설득하지 않고 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만 집중해 본사 이전을 강행하면 부산에 연고가 없는 직원들의 이탈과 신규 직원 고착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산은과 한국전력공사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적 선사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HMM 본사 이전은 더 신중하고 장기간에 걸쳐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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