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은 기원전 1895년에 설립되었다. 바빌로니아 제국은 오늘날 성문법의 기초가 된 함무라비 법전(The Code of Hammurabi)을 만들어 통치했으며,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An eye for an eye and a tooth for a tooth)'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함무라비 법전은 전체 28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경제와 관련된 조항이 전체 법전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만큼 국제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발달되었다는 것이며,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바빌론에는 부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또한 황금의 도시로 성장한 바빌론은 공중정원(Hanging Gardens of Babylon)과 바벨탑(Tower of Babel)으로도 유명하다. 바벨탑은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소통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공중정원과 바벨탑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고, 곧이어 재앙이 몰려온다.
바빌론은 자본주의와 돈의 요람이었다. 현재의 모든 자본주의 원리와 시스템은 바빌론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빌론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황금의 도시로 발전했다. 문제는 대다수 시민들이 점점 가난해졌다는 데 있다. 빈익빈 부익부 문제가 갈수록 심해졌지만 통치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부자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빌론의 황제는 빈부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바빌론에서 최고의 부자였던 아카드에게 시민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게 했다. 아카드는 황제의 뜻을 받들어 평범한 시민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7가지 비결을 가르쳐 주었다. 이것이 아카드가 바빌론의 최고 부자가 된 비결이다. 아카드를 부자로 만든 비결은 매우 평범하다. 하지만 평범함에 위대한 진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첫째,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하고 저축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수입의 10% 이상을 저축하는 사람은 돈을 쉽게 벌지만 지갑이 비어 있는 사람에게는 돈이 달아난다. 바빌론의 가난한 시민들은 돈을 벌면 모두 소비하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돈이 불어나는 만큼 자신과 주변이 변해가는 상황을 체험하게 되면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저축하는 습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둘째, 욕망과 사치 욕구로 인해 발생되는 지출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욕망과 사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욕망과 사치는 갈수록 증폭된다. 따라서 먼저 예산을 세워 지출을 통제하고, 저축을 한 후에 나머지를 소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소비한 기록을 점검하여 불필요한 소비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남는 돈은 저축과 투자를 통해 돈이 가치를 창출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지출은 유지해야 한다. 건강과 삶의 질을 떨어트리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돈이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투자는 전문가들에게 돈을 맡기고 수익을 분배하는 행위이다. 투자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며, 주기적으로 투자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투자 대상에 대해 너무 모르면 불안감이 생기고, 불안감은 약간의 변화에도 흔들리게 되는 원인이 된다.
넷째, 위험이 큰 투자는 삼가고, 원금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투자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어렵게 모은 돈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 위험성이 높은 투자는 남들보다 빠르게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안전한 투자는 오랜 기간 꾸준하게 이익을 내고 있어야 하며,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지 않는 기업은 언젠가는 망하게 된다.
다섯째, 평생 동안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집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안식처가 있어야 외부에서 침입하는 적으로부터 안전을 지켜낼 수 있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외부의 침입자가 생기는 법이다.
여섯째, 안락하고 행복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미래의 수입원을 찾으라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삶이 시작되고 노년을 향해 달려간다. 이러한 운명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따라서 기력이 다해 일할 수 없게 될 때를 대비하여 적절한 수입원을 마련해야 하며, 갑자기 불행한 사고를 당해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일곱째, 자신이 속해 있는 직업군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실력자가 되어 돈 버는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꿈이 있어야 한다. 대강 설정한 꿈은 허망한 열망에 지나지 않으며, 구체적인 꿈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된다.
이와 같이 바빌론의 부자(The Richest Man in Babylon)들은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비결을 가지고 돈을 벌고, 돈을 관리하고, 돈을 쓰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비결과 법칙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곡에 접근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하의 대세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치려 하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나뉘려 한다. 돈은 일시적 주인은 있을 수 있지만 영원한 주인은 없다. 돈은 물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세 단계로 우리와 관계를 형성한다. 돈을 버는 단계, 돈을 관리하는 단계 그리고 돈을 쓰는 단계이다. 돈을 버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각 개인이 이재에 밝고, 재물을 모으는 능력이 출중하면 된다. 하지만 두 번째 관리하는 단계가 되면 개인의 능력으로는 다양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산을 관리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내부의 참모집단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돈을 쓰는 단계가 되면 전문적이고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외부의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돈은 물과 같아서 모이면 흩어지려 하고, 흩어지면 모이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밀리오피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단계부터 관리하는 단계 그리고 쓰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돈을 버는 단계는 사람의 능력과 재능이 중요하지만, 돈을 쓰는 단계가 되면 돈이 돈을 벌 수 있게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막대한 규모의 돈은 소유와 관리에 대한 분리를 통해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
돈은 지혜가 있는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고, 지혜를 가진 사람을 위해 일하며, 돈을 쓰는 지혜를 통해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면 권력을 낳고, 돈이 모이면 재력을 낳는다. 권력을 가지려면 사람을 모으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재력을 가지려면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권력과 재력의 공통점은 모두 불평등한 구조를 갖는 것이다. 권력도 소수가 독점하고 다수는 배제되며, 재력도 소수가 독점하고 다수는 가난하여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개입해도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며, 고작해야 풍선효과(Balloon Effect)만 나타날 뿐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권력과 재력 모두가 대리인들의 권한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M&A 전략에는 사람과 돈을 모이게 하고, 흩어지게 만드는 기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패밀리오피스 업무에서 M&A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이다. M&A는 기업을 모이게 하고, 흩어지게 하는 과정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은 공짜로 움직이지 않는다. 반드시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이익을 위해 모이고, 이익을 좇아 흩어지는 게 인간의 속성이자 돈의 속성이다. 부자는 돈이 모이게 만들고, 빈자는 돈이 흩어지게 만든다. 이게 부자와 빈자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회범죄의 약 90%는 돈 때문에 발생하고 있으며, 죄수의 약 80%는 돈과 관련된 범죄 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돈이 필요하고, 돈에 대한 욕망이 크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것에 긍정적일 때 기회가 온다.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세상에는 행복한 부자와 불행한 부자 그리고 행복한 빈자와 불행한 빈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해 불행한 부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바빌론의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동 지역 부자들은 아직도 바빌론의 부자들이 달성하려고 했던 공중정원과 바벨탑을 완성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 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