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첨단 기술 굴기에 한국 산업계가 초비상이다.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BYD의 한국 진출을 필두로 지커·창안자동차·샤오펑 등도 연내 한국 진출을 서두르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성비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무기로 적극적인 고급화 정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가와 중저가 시장에서 모두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주도권을 내주게 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는 지난달 28일 '지커 인텔리전스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지커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차오위 지커 동아시아 총괄이 대표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이 사내이사로 등록됐다. 현재 시장 분석 등 한국 영업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중국 지리자동차에서 분사한 지커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꼽힌다. 주요 모델 가격은 중국 기준으로 4000만원 초반~5000만원 초중반에서 시작하는데 유럽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지커 7X가 5만2990유로(약 8450만원), 중대형 왜건인 지커 001이 5만9900유로(약 9560만원)부터 시작해 가격이 상당히 높다. 상위 트림으로 가면 1억원이 넘는다. 지커는 중형 왜건부터 SUV, 미니밴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는데 한국에는 '7X' 모델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성비를 내세운 BYD와 달리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지커가 한국에 발을 들인 데 주목한다. 지커는 중국 다른 전기차 제조사인 BYD, 창안자동차, 체리자동차, 샤오펑 등과 비교하면 차량 가격대가 높은 편으로 니오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에 속한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꿰차려는 BYD와 달리 현대자동차·기아, 테슬라 등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우선 국내에 들어온 여러 수입차 브랜드들과 경쟁해 우위를 점한다면 그다음에는 현대차·기아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성능 좋은 차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현대차도 고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가 강한데 이를 활용해 판매가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지커 이후에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순차적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 4위권 업체로 꼽히는 창안자동차는 한국 지사 최고경영자(CEO) 채용에 착수했고, 샤오펑은 한국 총판을 정하기 위해 여러 딜러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커를 비롯해 창안차·샤오펑·립모터 등 업체들이 최근 한국 특허청에 자사 상표 등록을 마쳤다. 이 중 지커는 '7X', 창안자동차는 '디팔'과 '네보' 등 자사 차량 모델에 대한 상표 등록까지 진행해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자동차만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어렵다 보니 중국 업체들도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차종을 내놓고 있다"며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고급 자동차에 많이 탑재되는 각종 스마트 기술 쪽에서 날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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