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중국산 제품 유입을 막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무역구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이 신청한 반덤핑 조사 건수는 10건으로 2002년(11건)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도 벌써 조사 신청이 2건 추가됐다.
해당 신청 건 중 예비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11건이며 이 중 8건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산 산업용 로봇(협동로봇 포함) 수입액은 약 832억원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로도 42% 급증했다. 국내산 로봇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성비가 최대 무기다.
철강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전년보다 6.1% 증가한 877만t으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보다 20%, 열연강판은 5~10% 싸게 유통된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고, 무역위는 잠정 덤핑관세를 최대 38% 부과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건축용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등이 반덤핑 조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반덤핑 제소가 중국산에 대해 국내 유입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중국산 제품이 품질 면에서도 국산에 뒤지지 않아 수요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의 국산화 육성 정책 지원에 힘입어 중국산 제품은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산 산업용 로봇은 2023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설치 대수와 누적 가동 대수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반덤핑 제소가 중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국 철강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보복관세로 맞선 바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산 제품은 이제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갖춘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며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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