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갈등과 불신으로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보수 단일화’로 중도·보수 세력의 힘을 결집하려던 정승윤·최윤홍 두 후보의 단일화 시도는 결국 ‘여론조작’ 공방과 ‘사퇴 촉구’라는 극한 대치로 무산됐다.
양측의 날선 비방은 마치 “갈 때까지 가보자”는 듯, 더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인상마저 주며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승윤 후보는 24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윤홍 후보에게 “약속대로 즉각 사퇴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최 후보 측이 ‘일방 중단’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윤홍 후보 측도 곧바로 맞불을 놨다. “명태균식 여론조작”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정 후보 측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것.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0~30대로 응답하라”는 문구가 포함된 단체방 캡쳐가 퍼진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최 후보 선대위는 “정 후보는 단일화 협상 파트너의 등을 치고, 시민단체를 동원해 고발까지 강행했다”며, “이런 사람이 과연 ‘보수’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심지어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보라”는 비유까지 곁들여 정 후보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보수 후보 간의 격화된 내전에 대해, 진보 성향의 김석준 후보도 목소리를 냈다. 김형진 대변인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교육감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시켰다”며 양 진영 모두를 질타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정책”이라는 김 후보 측의 메시지는 거듭된 ‘사퇴 종용’과 ‘가짜 보수’ 논란에 지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대변한다.
특히나 교육계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의 신뢰와 안정이 핵심인데, 이념 전쟁처럼 치닫는 선거판은 그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중도보수의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된 모양새다. 양측의 날선 공방 이후 ‘단일화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중재의 여지도 사라졌다. 결국 부산교육감 재선거는 김석준, 정승윤, 최윤홍의 3파전 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두 보수 후보의 ‘각자도생’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정책 논쟁보다 ‘사퇴하라’, ‘위장이다’, ‘고발하겠다’는 언어들이 앞다투어 등장하는 현실은 분명히 유권자의 냉소를 부르고 있다.
이번 재선거가 끝난 후, 유권자들은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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