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래 감독의 신작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이하 초혼)가 무안 관객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 24일 오후 3시, 무안군 작은영화관에서 열린 특별 시사회에는 김산 무안군수, 정은경 무안군의회 부의장을 비롯해 김봉성,박쌍배의원, 조정래 감독과 무안군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초혼'은 1992년 삼형공업 노동자들이 6개월간의 임금 체불에 맞서 파업을 벌이는 현장을 배경으로 한다. 생존권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학 노래패 ‘들꽃소리’ 학생들이 함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조정래 감독이 '귀향'과 '광대' '소리꾼'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메이저 투자사의 지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되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기부한 청년부터, 응원의 뜻을 전하며 제작비를 보탠 공장 노동자까지, 한 푼 두 푼 모여 만들어진 영화다.
촬영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당초 중앙대학교에서 촬영을 계획했으나, 촬영 직전 돌연 불가 통보를 받았다. 급히 전국 대학에 문의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던 중, '서울의 봄' 촬영지였던 한남대학교에서 흔쾌히 장소를 제공했다.
학교 측의 지원 덕분에 방학 동안 빈 동아리방을 세트로 활용할 수 있었고, 교수들은 촬영을 지켜보며 시위 장면을 직접 지도해주기도 했다. 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한남대 노동자들은 바리케이트를 옮겨주고, 학교 비품을 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단역배우로 출연하며 영화의 사실감을 더했다.
이처럼 '초혼'은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했던 ‘노학연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영화가 아니다. 감독은 이 영화가 특정 정치적 색채를 띠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과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속 노동자와 학생들은 거리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라는 '사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라는 '그날이 오면'까지 11곡의 민중가요가 등장한다.
때로는 서사의 균열도 있고, 이상주의적 판타지도 보이지만, 영화가 가진 진정성과 우직한 감동은 크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극 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당시를 떠올렸다. 학생들의 모습에서 내 젊은 시절이 겹쳐져 울컥하는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시사회에 참석한 김산 무안군수는 “무안은 동쪽으로 영산강과 노령산맥의 끝자락 승달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230km의 해안선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강과 산과 바다의 고장 무안을 찾아줘서 감사하다”며 영화 제작진과 관객들에게 환영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시사회는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했던 순간,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맞닿아 있음을 느낀 관객들은 상영 내내 깊은 몰입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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