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농업보험 분야 선도국으로, 1938년 최초로 연방농작물보험(Federal Crop Insurance Program·FCIP)을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특히 1980년대부터 보험료 보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보험 가입률이 크게 상승했고, 1994년과 2000년 추가적인 보험료 보조금 인상을 통해 보험의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미국 정부의 목표는 단순히 재해 발생 후 농가를 지원하는 사후적 방식에서 벗어나 농가가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도록 보험제도를 활성화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농업 부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특히 2000년 제정된 농업위험보호법(Agricultural Risk Protection Act·ARPA)은 미국 농업보험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ARPA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대된 수입안정보험(Revenue Protection)은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시장 가격 변동으로 인한 수입 감소까지 포괄적으로 보장하게 됐으며, 그 결과 현재 미국 보험 가입 농지의 90% 이상이 수입안정보험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현재 한국에서 추진 중인 한국형 농업수입안정보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정부는 농업인의 소득경영안전망 강화를 위해 15개 품목을 대상으로 수입안정보험을 확대 도입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 상품으로 봄감자(4월 7일) 보험 판매를 앞두고 있다. 한국형 수입안정보험은 미국과 유사하게 정부 보조금을 활용한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업 생산자의 적극적인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첫째, 농업인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보험료 보조 정책의 지속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보조금을 통한 가입률 제고는 계리적 합리성을 확보할 데이터 축적의 출발점이 된다.
둘째, 보험금 지급 기준의 투명성을 제고해 농업인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농업 관행(Good Farming Practices·GFP)을 설정하고 있다. GFP는 작물이 정상적으로 생장하고 수확되도록 과학적 근거와 지역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권장된 농업 관행을 제시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을 제한한다. 한국도 이러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보험금 지급 과정에 대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보험료 산정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 같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보험료 산정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미국은 보험료 산정 시 행정구역뿐 아니라 세부적인 기후적 특성을 고려한 기후 구역화(Climate Zoning)를 도입해 지역별 작물 재배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 데이터와 드론 모니터링 같은 첨단 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이와 같은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도입하여 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한국형 수입안정보험이 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경영을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연구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유연한 정책적 대응을 통해 농업 부문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달성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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