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25일 정기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관세 대응 방안에 대해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현재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북미 가전 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하면 공장을 미국 내로 옮길 수밖에 없다.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인 삼성전자도 미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투자 확대 움직임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차의 투자 결정은 미국 내 생산 확대로 관세 파고를 돌파하려는 의지"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를 바람잡이 삼아 직접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상징적인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충분히 요동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대미 투자에 적극 동참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 집권 기간에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 이상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해 2028년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 들어 추가 투자 기미는 아직 없다. 대신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SK와 포스코, 한화 등 다른 주요 기업들도 이날 방한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투자 여부를 논의한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 중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검토는 계속할 것"이라며 "비즈니스라는 게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부터 반도체(SK하이닉스)와 배터리(SK온) 등 핵심 사업 중심으로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